주진우만 보였다?…‘맹탕 청문회’ 비판에 국힘 의원들의 복잡한 속내 [런치정치]

2025-06-26 12:57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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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4일)부터 이틀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죠. 이재명 정부 첫 총리의 검증 시험대로 관심을 모았지만, 어제(25일) 2일차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 끝에 파행했죠. 증인 참고인 자료 없이 끝난 이번 청문회를 두고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야당의 결정적 한 방도 없었고, 여당은 후보자 엄호만 하다가 끝나 도덕성은 물론 역량 검증도 실패했다고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김 후보자 재산 의혹의 '핵심 공격수'인 주진우 의원 저격에 집중했습니다. 후보자 검증하는 자린데 공격수인 청문위원 검증하는 주객전도 상황이 벌어진 거죠. 이렇다 보니 "김민석 청문회가 아니라 주진우 청문회냐" "국민의힘에서 주진우 밖에 안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맹탕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속내는 어떨까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그제(24일)와 어제(25일) 이틀간 열렸다. (출처 : 뉴스1)

"소수 야당 한계 확인" 자괴감

국민의힘 인사청문특위 의원들은 오늘(26일) 자정에 이렇게 공지했습니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밤 12시까지 제출을 약속한 핵심자료(대출 및 상환 자료 2건, 증여세)조차 제출하지 않았다"고요. 그러면서 "최소한의 소명자료라도 주면 거기에 기반한 인사청문회를 하자"고 했는데요.

김 후보자는 SNS에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미흡하실 대목들에 송구하다"면서도, 청문회 파행엔 야당 탓을 했습니다. "둘째 날(25일) 오후 늦게부터 야당 위원님들께서 회의장에 들어오시지 않아 자정에 자동 산회됐다. 자료 제공을 문제 삼으셨지만 제공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상태였다. 주진우 의원께서 제기한 ‘6억 장롱 현금’ 주장의 허위를 사과하는 것이 야당에 부담이 된 듯하다"고요. 결국 장모로부터 받은 생활비 2억 원에 대한 증여세 납부 명세 등 자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모습을 보며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료 안 내도 저렇게 떳떳하게 나오니 화나고 약오른다"고요. 국민의힘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아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인준 표결을 밀어붙일 수 있으니 속수무책이라는 겁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소수 야당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확인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두루뭉술 말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열받고 속 터져서 청문회를 다 보지도 못했다"면서요.

영남권의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애초에 증인을 세우지 않고 자료를 주지 않는 것이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수 야당으로서 최고의 무기는 '국민여론'인데, 애초에 자료를 풀지 않으니 청문위원이 무엇인가를 밝혀낼 수도 없는 구조였다는 거죠.

"아직도 여당? 태세 전환 안 돼"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체로 청문위원의 화력이 떨어졌다고 자평했습니다. 여야가 바뀌었는데, 태세 전환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요.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똑같은 얘길 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여당 같다고요. "질의에 날을 세우면서 강한 퍼포먼스도 하고, 샤우팅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야 화제성도 있지 않겠느냐"고요.

김 후보자의 역량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내에서 청문회 성과로 꼽힌 질의는 김희정 의원이 국가채무비율을 묻자 김 후보자가 틀린 답변을 내놓은 사례였는데요. 그걸 보고서야 국민의힘, 둘째 날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비율을 묻는 등 역량 검증 전략을 폈죠.

與 고발 검토에 주진우 "법적 대응" 맞불 예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이번 청문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향은 여당의 '메신저 공격'이었습니다. 여당이 김 후보자 검증에 앞장섰던 검찰 출신 주진우 의원을 되려 비판한 건데요.

민주당 측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채현일 의원은 오늘(26일) 한 방송(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주 의원 고발 카드까지 거론했습니다. "'장롱 속 현금 6억 원'이라는 유튜브(주진우의 이슈해설) 썸네일을 걸어 놓았고 페이스북에 '장롱에 수억 원, 6억 원을 쟁여놓았다'는 글을 썼다. 너무 심한 음해, 악마화로 인해 김 후보도 수긍할 수 없을 정도였다. 허위 사실 비방으로 당도 고발을 검토한다"고요.

주 의원은 "너무나 터무니 없는 내용으로 인사검증위원을 법적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법적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맞불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주진우, 메신저 공격에 "국회 학폭"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25일) 김민석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유튜브 화면을 보여주며 비판하고 있다.

'메신저 공격'의 타깃이 된 주 의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인사 검증위원이 되려면 먼저 인사검증을 받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후보자 본인과 동료 의원들까지 합세해 '국회 학폭'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요.

함께 청문위원으로 질의에 나섰던 김희정 의원도 "민주당의 주 의원 공격이 잘못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후보자 검증의 화살을 인사청문위원에게 향하게 했다고요. "주진우 의원의 질의가 날카로웠을지 모르겠지만 태도가 무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윽박지르고 무례한 건 민주당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성과 없이 끝난 청문회, 앞으로 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남영주 기자dragonball@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