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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북미대화 합의, ‘동상이몽’ 우려도…
2012-03-01 00:00 정치,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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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도한 바와 같이 북한과 미국이 우라늄 농축 잠정 중단과 식량 지원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습니다.
아직 조율해야 할 세부적인 사항들이 있지만 일단 6자 회담으로 가는 길은 열린 셈입니다.
정치부 박창규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양측이 동시에 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게 대단히 이례적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내용을 발표했습니까.
-네. 어제밤 11시 미국과 북한이 지난주 열렸던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짤막한 성명서를 내놨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은 6자 회담 재개 조건이었던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여부였습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 기구 사찰단의 감시 아래 우라늄 농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비핵화 사전조치 요구에 응한 겁니다.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미국은 투명한 분배를 전제로 당초 약속한 영양식 24만톤보다
더 많은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질문]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이런 결과를 발표했지만 양쪽 발표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고요.
-네. 분명 같은 대화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서로 원하는 목표점에 따라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미국 성명 내용을 보면 우라늄 농축 중단 말고도 5메가와트 원자로의 불능조치를 확인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발표 내용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또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미국은 "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만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제재해제와 경수로 제공부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경수로 관련 내용을 아예 발표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식량지원에 대해서도 북한은 '영양 지원 외에 추가적인 식량 지원'이라고 명시해 쌀이나 옥수수 등 곡물 지원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추가지원 계획을 바탕으로 한 영양지원'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습니다.
대화 결과에 대해 양측의 미세한 시각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질문]그러면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서 추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겠군요.
-네. 오늘 발표 내용은 말 그대로 큰 틀에서 합의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핵 사찰단 복귀 시기와 활동 범위, 그리고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우라늄 농축 중단 조치를 할지 등 세부사항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또 미국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북한에 영양식을 제공할지
모니터는 어떻게 할지 등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또 추가 식량 지원에 곡물이 포함되는 건지 포함된다면 얼마나 할 건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양측은 앞으로 추가 협상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조율해 가기로 했습니다.
6자 회담은 이런 문제들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 뒤에야 다시 열릴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질문] 과거 북한의 대미 협상 전례들을 보면 챙길 것만 챙긴 뒤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네. 이번에도 북한의 발표문을 보면 여러 단서를 달아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뒀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우라늄 농축 문제만 해도 "결실이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로라는 전제를 달아 놓았습니다.
즉 회담이 진행되지 않거나 원하는 결실이 없다면 다시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북한이 우라늄 농축 중단 방법으로 단지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을 택하면 언제든 재가동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중단 역시 이 단서 조항에 함께 걸립니다.
북한은 과거 핵개발을 하면서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 때 미국과 여러 합의를 했다가 필요하면 약속을 깨는 행동을 반복해왔습니다.
경험칙상 북한의 이런 행태를 알고 있는 주변국들은 비핵화 강제를 위해 다양한 협상과 유인정책을 올 상반기 내내 시도할 걸로 보입니다.
[질문] 최근 북한은 남한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요. 이번 합의도 남한은 배제됐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번 합의 이후로 한동안 대화국면을 계속 이어갈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한은 계속 배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최근 북한은 민간교류조차 일체 거부하는 등 남한과 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 시기에 북한은 전통적으로 날카로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남한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굳이 임기 말의 정권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인 겁니다.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에 다음 정권과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분간 북한은 미국과는 대화하고 이걸 토대로 남한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통미봉남 태도를 유지할 걸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정치부 박창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