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에 중독돼 중태에 빠졌던 40대 간부급 남성은 결국 숨졌습니다.
피의자인 회사 직원까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의 회사 책상에서 미스터리를 풀 단서가 발견됐습니다.
그가 남긴 메모였습니다.
범행을 암시하는 글귀와 함께 한 여성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그는 왜 이런 메모를 남긴 걸까요?
Q1. 피의자 강 씨가 남겼다는 메모, 어떤 내용들이었습니까?
"짜증난다" "제거해야겠다"는 등 자신의 심경과 함께 범행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희의 취재 결과
강 씨가 남긴 메모에선 범행동기와 범행과정을 추정할 수 있는 글귀가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10장 조금 안 되는 메모에선 "왜 나만 미워하냐"는 내용을 비롯해서 "점심먹고 할까?" "커피로 할까?"라는 문구가 발견됐습니다.
Q2. 그러니까 범행시각과 방법까지 고민했다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경찰은 일단 "왜 나만 미워하냐"는 문구와 관련해선 평소 자신의 업무능력을 나무라고, 최근엔 "강 씨를 지방으로 발령내겠다"고 말했다는 숨진 간부급 남성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했는데, 범행에 사용한 독성물질을 커피에 탈지, 생수병에 넣을지까지 고민했다는 것, 경찰은 증거인멸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강 씨가 남긴 이 메모에서 한 여성의 이름이 언급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Q3. 범행 전 특정 여성의 이름을 언급했다고요? 누구입니까?
숨진 간부급 남성과 함께 생수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30대 피해 여성입니다.
피의자 강 씨와 숨진 간부급 남성, 그리고 이 여성은 모두 같은 부서, 같은 팀에서 근무했는데, 경찰이 최근 의식을 회복한 피해 여성과 동료 직원들을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 씨가 범행 얼마 전, 자신의 상사였던 피해 여성에게 불만을 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생활에서 표출된 '인사불만'과 '업무상 갈등' 때문에 강 씨가 특정인을 타겟으로 삼아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Q4. 아무리 계획범죄라고 해도, 사무실에서 대낮에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데요?
범행 추정 시각은 지난 18일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강 씨가 단 2분 안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무실 주변 CCTV와 직원들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범행시간대 강 씨가 사무실에 혼자 있었던 시간이 2분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범행 직전 강 씨는 평소보다 빨리 점심식사를 하고 온 뒤에 동료 2명과 함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료들이 담배를 피운다며 잇따라 빠져나가자 그 틈을 타 피해자들이 마시던 생수병에 독성물질을 넣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강 씨는 또다른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것을 보고는 아무일 없었던 듯 사무실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저한 계획하에 타이밍을 보고 있다가 단시간내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입니다.
Q5. 범행에 쓰인 독성물질을 구입한 것도 다른 회사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한 것이라면서요?
강 씨가 범행에 사용한 독성물질은 소량만 섭취해도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개인구매가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제3의 회사 사업자등록증을 도용했다는 건데, 강 씨의 카드거래 내역에서 독성물질을 구입하는데 10여만 원 돈이 지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강 씨가 구입한 양이라면 성인 3~4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피의자 강 씨가 숨졌기 때문에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입니다만, 유사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독성물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