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실험쥐 같은 느낌”…청년들 몰리는 임상시험

2020-11-23 19:28   사회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코로나 경제 불황이 청년들에게 막막한 채용 절벽으로 닥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청년 구직자들이 각종 단기 아르바이트로 몰리고 있는데, 병원이나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인기입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아르바이트 구직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쉽고 편한 단기 아르바이트라며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이 빽빽한데요, 누가 어떤 이유로 지원하는지 현장으로 갑니다."

병원으로 청년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번호표를 뽑은 뒤 채혈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현장음]
"10시 20분 신체검사 오셨는데 접수 안 하신 분 이쪽으로 와주세요. (실험) 지원하신 약 이름 말씀해주세요."

대기중인 청년들은 약물 임상시험 지원자입니다.

복제 의약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에 출시된 약품과의 효능을 비교하는 '생동성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겁니다.

[병원 관계자]
"신검(신체검사)에서 합격해야만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거든요. 의사랑 같이 검진하고 피검사, 소변검사하고."

하루 이틀 정도 병원에 입원해 약을 복용하고 각종 검사를 거치면 돈을 받습니다.

[병원 관계자]
"(건강에는 큰 문제없어요?) 네 저희는 신약으로 하는 거 아니구요, 이미 시판되는 약을 (복제한 약품으로 실험하는 거라)."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28살 취업준비생 김모 씨는 지난 7월, 고지혈증 치료제 실험에 참가하고 10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김모 씨 / 취업준비생]
"제가 한 거는 그나마 좀 싼 편이었어요. 110만 원인가? 요새 올라오는 거는 이제 300만 원 짜리도 있고, 코로나 대비해서."

돈을 벌지 않고 온전히 취업 준비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단기간 큰 돈을 버는 임상시험에 지원했습니다.

[김모 씨 / 취업준비생]
"약을 투여를 하는데, 그냥 그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실험용 쥐가 된 느낌? 겁나죠. 겁은 나는데 지금 생활비 없어서 그게 더 겁나죠."

29살 취준생 김강호 씨는 1년새 향정신성의약품과 위장약 등 2개 시험에 참가했습니다.

건강 상의 이유로 임상시험은 최소 6개월 간격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데, 참여가 가능해지자마자 다른 시험에 지원한 겁니다.

[김강호 / 취업준비생]
"정신과 그거는 70몇 만원이었고, 위장약은 원래 57만원이었는데 저희가 또 코로나 검사 그것까지 추가해서 62만원 받았어요."

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

[김강호 / 취업준비생]
"마루타(인체실험 대상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들으면 되게 제 자신이 진짜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잖아요. 이것저것 막 실험하는….”

하지만 어머니에게 보낼 생활비도 마련하려면 닥치는대로 지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강호 / 취업준비생]
"월세를 동생이랑 같이 내고 있어서 좀 벌어야죠. 호텔에서 알바했었고. 학교, 식당에서도 일했어요. 확실히 자리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이후 취업자 수는 8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층 실업률이 가장 높습니다.

[김모 씨 / 취업준비생]
"평범하게 이제 가정을 꾸리는 게 저는 제 꿈이라서."

[김강호 / 취업준비생]
"일단 취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냥 다 좋은 것 같아요."

"코로나 여파로 채용 문턱은 더 높아졌고,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잡기도 쉽지 않은 요즘.

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 청년들은 실험실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석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