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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족’ 수니사, 아버지가 깎아준 평균대서 ‘왕좌’로 도약
2021-07-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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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체조에서는 새로운 여왕이 탄생했는데, 걸어온 삶도 특별합니다.
라오스 소수민족 몽족 출신이고, 아버지가 직접 깎아준 평균대에서 훈련할 정도로 가난한 삶을 이겨냈습니다.
강병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가 정신적 압박을 이유로 기권한 개인 종합 결선.
바일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나선, 미국의 18세 소녀 수니사 리는 긴장한 표정입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단평행봉 사이를 새처럼 날아 다닙니다.
고난도 연결 동작과,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하며 참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평균대에 자석이 붙은 듯 돌고, 돌고, 또 돌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흠잡을 데 없는 화려한 착지로 연기를 완성합니다.
'롤모델' 바일스의 공백에 어깨가 무거웠지만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수니사 리 / 미국 기계체조 대표팀]
"그동안 바일스 때문에 은메달을 노렸는데, 목표를 바꾸게 됐죠. 물론 바일스가 없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너무 컸습니다."
수니사는 라오스 출신 '소수민족' 몽족의 후예입니다.
몽족은 베트남 전쟁 때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수니사는 어릴때부터 공중제비를 돌며 재능을 보였지만 돈이 없어 아버지가 직접 깎은 평균대 위에서 훈련했습니다.
2년 전 아버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바람에 체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극구 말렸습니다.
[존 리/ 수니사 리 아버지]
"우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기 싫었어요. 하지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딸도 울고 부인도 울고 많은 사람이 행복한 눈물을 흘렸어요."
최근 번진 아시아혐오를 두고 "그들이 비하하는 것 이상임을 보여주고 싶다"며 제 목소리를 냈던 수니사.
편견과 시련을 극복한 수니사는 올림픽 정신과 맞닿아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병규입니다.
ben@donga.com
영상편집: 최창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