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면 모든 대통령은 정부 조직을 바꿉니다. 본인의 국정 철학과 공약을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니까 부처들을 운영하는 게 곧 정부 운영이고, 그래서 자기 뜻대로 조직을 바꾸려 하는 겁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면 그 5년 동안은 나라를 자기 철학대로 이끌 수 있도록 정부 조직 개편은 웬만하면 협조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야당 입장에서도. 국민의 표를 받아 대통령이 된 거니까요. 하지만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은 안 해줬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지만 끝내 못 했습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니까 이재명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죠. 다만 뜻을 펼쳐보라는 것과 무조건 옳다고 하는 건 다른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정부 조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그게 좋은 건지, 우려될 점은 없는지 살펴봐야죠. 왜냐하면 우리는 세금을 내니까요. 이번에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19부 3처 20청 6위원회 체제에서 19부 6처 19청 6위원회로 바뀌게 됩니다. 숫자만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변화입니다. 기재부가 쪼개지고, 금융도 쪼개지고, 검찰청은 아예 사라져요. 이 안에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어떻게 정부를 운영할지가 다 보이거든요. 지금 시작합니다.
▶ 쪼개지는 슈퍼부서,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을 주무르는 곳이죠. 지금은 국무총리가 있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같이 하고 있죠. 통계청이 지금 기재부 밑에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밑에 특허청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로 바뀝니다. 기획재정부에서 ‘기획’이 떼어져 국무총리실 산하로 갑니다. 그래서 새로운 장관급이 탄생합니다. 국무총리실 밑에 장관급이라면 국무조정실장이 있는데 하나 더 생기는 거예요. 기획예산처장이 생기는 겁니다. 장관급으로. 또 통계청이 국무총리실 밑으로 가서 국가데이터처가 되고요. 산자부 밑에 있던 특허청이 총리실로 가서 지식재산처가 됩니다. 총리실 밑으로 많이 가니까 파워 업이 되는 것 맞죠? 여기서 핵심은 말씀드린 대로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눠진 거예요.
보통 기획재정부는 행정고시 패스하면 제일 잘 나가는 사람들이 갔잖아요. 엘리트들이 모인 기재부는 크게 예산 라인과 세제 라인으로 나눠집니다. 이게 기재부의 두 축이에요. 지금 장관인 구윤철 장관이 예산 라인입니다. 세금을 어떻게 거둘 것이냐, 세금 걷는 틀을 짜는 게 세제 라인이에요. 그런데 이게 쪼개지는 거예요. 예산 라인이 기획예산처 총리실 밑으로 가고, 세금 부분은 재정부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사실은 역대 정부마다 붙였다 뗐다 했어요. 김영삼 정부 때는 다 하나로 있다가 재정경제원으로 DJ, 노무현 정부 때 쪼갭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시 합쳐요. 국내 금융만 금융위원회로 떼주고 나머지를 기획재정부로 합쳐서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 왔던 겁니다.
그때 왜 합쳤냐면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고요. 합치면 좋은 점은 컨트롤타워가 확실하단 거죠. 기재부 힘이 세지죠. 중장기 기획과 경제 정책, 예산과 세제가 다 이어지잖아요. 이번에 쪼개겠다고 하니까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좀 우려도 했습니다. 과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졌을 때 재경부의 정책 조율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는 겁니다.
▶ 예산도 총리실로? 막강해지는 총리 권한
이재명 정부는 왜 기재부를 나누려고 할까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여러 차례 했던 말입니다. “기재부가 왕 노릇을 하고 있다.” 기재부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권을 잡으면, 대통령실은 대부분 기재부에 불만을 표합니다. 왜 불만을 표할까요?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거죠.
‘모피아(과거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말이 있어요. 기재부 공무원들은 5년 보고 일하는 정권과 달리, 우리나라 경제를 계속해서 담당하잖아요. 이 사람들이 보기에 5년 정권이 와서 휙휙 바꾸는 게 불안한 겁니다. 나라 빚내는 거 반대해요. 세금 막 걷는 거 반대해요. 막 깎아주는 것도 반대해요. 막 깎아주면 돈이 안 들어오잖아요. 정권 입장에서 난 임기가 5년밖에 안 되는데, 내 마음대로 일단 좀 바꿔야 되는데, 자꾸 태클이 들어오는 거예요.
이 상황 속에서 예산을 지금 기획재정부에서 빼서 국무총리 산하로 가져온 겁니다. 아무래도 국무총리 산하로 오면 지금 김민석 총리와 대통령은 싱크로율이 잘 맞죠. 아무래도 편하겠죠.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생각은 뭡니까? 돈을 풀자는 거예요. 빚을 내서라도. 그러자 이제 좀 우려들도 많이 나오죠. 왜냐하면 보십시오.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약 8% 더 많이 잡았습니다. 쓸 돈을 늘린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내년 예산이 728조입니다. 그런데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8%예요. 성장은 1.8% 올라가는데 돈은 8.1%를 더 쓰겠다고 한 거예요.
이 대통령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 너무 급하다. 지금 빚을 내서라도 돈을 풀어서 사람들이 쓰게 만들어야 된다. 두 번째,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부채를 감당할 만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대통령이 기재부를 쪼개서 결과적으로 예산에 총리와 대통령의 입김이 세지는 건 분명하다. 이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 4명 시어머니 생긴다? 금융 쪼개기에 ‘발칵’
또 하나의 큰 특징은 금융이 쪼개집니다. 기존엔 금융위원회가 있고 금융감독원이라는 게 있었어요. 해외 외환 등은 기획재정부에 있었고 국내 금융 파트는 금융위원회가 따로 맡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IMF 권고에 따라서 독립 기관이 됐어요. 그래서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니었어요.
금융감독원은 두 가지 역할을 했습니다. 하나는 금융 건전성 감독하는 거예요. 금융기관들 파산하면 안 되잖아요. 두 번째, 금융사들이 소비자 돈을 뜯거나 하진 않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해왔는데요. 금융사들한테는 저승사자죠.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국내 금융 부분을 재정경제부로 줍니다. 금융감독 정책은 새로 생기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맡게 됩니다. 금감원이 갖고 있던 금융 건전성 감독은 계속 금감원이 하게 되고요. 또, 금감원에서 금융 소비자 보호 부분을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게 생겨요. 결과적으로 4개로 쪼개는 거예요.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는 반대하죠. 왜냐하면 힘이 줄어들었잖아요. 재정경제부로 일부 기능 뺏겼으니까요. 게다가 요즘 행정고시 보면 상위권들이 금융위원회로 많이 가거든요. 금융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재정경제부는 세종에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금융위원회 직원들은 “이거 취업 사기다. 나는 서울에 있으려고 여기 들어왔는데 지금 세종 가게 생겼다” 그런 상황입니다.
지금 더 반발하는 쪽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죠. 한 700명 정도 검은 옷 입고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는 힘이 빠졌어요. 금융사를 감독할 때 두 가지 칼이 있었던 거예요. “제대로 지금 돈 잘 보관하고 있어?” “소비자들 이익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는 거 아니야” 했는데 그 칼 중 하나를 뺏긴 거죠. 금융소비자보호원에게.
또 하나, 금감원은 독립기관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바뀌면서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되면 기재부 감시도 받아야 되고요. 조금 더 정부로 예속이 되겠죠.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사들은 “시어머니가 4명으로 늘었다” 우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또 합치는 것도 있어요.
▶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
우리나라에는 국무총리가 있어요. 국무총리 밑에 부총리가 2명이 있었습니다. 이게 정부 조직 개편하면 어떻게 되냐. 사회부총리가 없어집니다. 그리고는 과학기술부총리가 새로 생깁니다. AI 시대에 과기부에 힘을 싣는 거죠.
이진숙 위원장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미디어 통신위원회로 바뀝니다. 조직이 바뀌면서 정무직 공무원인 이진숙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임기가 끝나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야당이나 이진숙 위원장은 이거 ‘이진숙 축출법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조금 바뀌는 게 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갖고 있던 방송 진흥 정책을 갖고 옵니다. 규제 기관에 진흥 역할까지 같이 합쳐지는 겁니다.
▶환경부 파워 업? 탈원전 시즌2 논란
또 하나 합친 게 뭐냐 하면, 바로 원전 에너지 관련된 건데요. 환경부는 보통 에너지 정책 관련해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가’ 감시하는 쪽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을 키우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돈의 시각에서 봤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옮깁니다. 그리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바꿉니다. 에너지 관련해서 규제와 진흥이 한 곳으로 들어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논란이 있습니다. 원자력학회는 “원전 건설‧운영 기능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건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전이 제일 싸잖아요. 에너지 생산에 있어서. 산업부는 원전을 통해 전기료를 깎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는 거고, 원전 운영할 때 환경 오염이 있냐 없냐를 감시하는 게 환경부잖아요. 환경부 밑으로 원전 에너지 정책 기능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겁니다.
게다가 김성환 장관이 탈원전론자였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한 부서 안에서 갑론을박 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 하고 아예 독립 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는 거 하고 어떤 게 낫습니까?”라고요. 원전을 지을지 말지 원전을 계속 운영할지 말지를 싸울 거면 한 부서에 가서 갑론을박 벌이라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얘기를 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을 얘기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기자회견을 보면 속내는 원전 그만 짓자는 쪽이에요. 결국 원전을 점점 페이드 아웃시키고, 재생 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뜻을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겁니다.
그래서 원전 쪽을 기후에너지부, 환경부 쪽으로 보내서 서서히 죽이려는 거 아니냐 이런 반발도 나오는 겁니다. 한수원 노조에서는 지금 1인 시위하고 있죠. 대통령실 앞에서 전기 요금이 급등할 거라고 약간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반대를 하는 건데요.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에너지부가 하는데,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계속 갖고 있습니다. “너희 원전 위험하다고 안 만들면서 우리나라 보고 사가라고?” 이게 우리나라가 탈원전 기조 고수할 때 많이 나왔던 ‘우려 논리’ 아니었습니까? 그 논리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좀 있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가 없애겠다고 한 여성가족부는 오히려 성평등가족부로 커집니다.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던 여성 고용 정책 부분을 아예 성평등가족부가 가져옵니다. 그러면 고용노동부는 줄어드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계속 얘기하고 있는 산업재해 부분, 산업안전 부분을 강화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차관을 한 명 더 늘립니다. 이제 클라이맥스 하나 남았습니다. 바로 검찰 폐지로 갑니다.
▶ 검찰청 폐지, 어떻게 바뀌나?
78년 만에 검찰이 내년 9월이면 사라집니다. 검찰청이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으로 쪼개지는데요. 공소청은 법무부로 가고 중수청이 행안부로 가는 거죠.
원래는 중수청도 법무부 밑에 두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그걸 요청했던 거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행안부 밑으로 갔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검찰청을 없애는 이유는 검찰을 폐지하고 싶어서인데, 만약 공소청과 중수청을 다 법무부 밑으로 놨다가는 언제 또 합쳐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거죠. 그래서 수사 부분은 완전히 법무부에서 손 떼도록 행안부가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결국 행안부가 검찰, 경찰 다 갖고 있는 거예요. 오히려 지금 검찰 힘 빼겠다고 해놓고 행안부가 더 힘이 세졌어요.
민주당은 그렇더라도 법무부 밑에 못 붙여놓겠다는 거예요. 검찰청을 일단 폐지시켜야 되기 때문에. 지금 78년 동안 부정부패 등 수사해 와서 어쨌든 수사 능력은 검찰이 좋거든요. 그런데 이걸 쪼개요. 지금으로선 검사들이 수사관으로 중수청에 많이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수사 역량이 떨어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거죠.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 때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예요.” 검찰청이 쪼개지면서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 역량이 약해지면 결국 부정부패 저지르는 고위 공직자들이나 주가 조작범들만 좋아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겁니다.
남은 쟁점은 ‘보완 수사권 살릴 거냐, 말 거냐’인데요. 수사를 못 해 범죄자들이 휙휙 빠져나가서, ‘이거 봐라. 검찰 없애서 결국 좋아진 건 부정부패하는 범죄자들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 대통령한테는 엄청난 부담이 되겠죠.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당은 손 떼라. 이건 정치적으로 하지 말고 진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냐 없냐를 보자”며 지금 국무총리실이 가져간 거죠.
▶ 정부조직법 처리 장기화 되나… ‘패스스트랙’ 전망
정부 조직 개편안, 언제 통과될까요. 사실 지난주 한바탕 여당에서 난리가 났었죠. 여야 원내대표가 이렇게 합의했어요. 더 센 특검법의 수위를 낮추면서 정부조직법에 야당이 협조를 해주는 쪽으로요. 그런데 이걸 여당이 틀었죠. 그러자 야당도 정부 조직 개편 합의 못 해준다고 나온 겁니다.
지금은 여당이 훨씬 힘이 세니까 ‘그냥 밀어붙이면 돼’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기간이 늦어져요. 지금 기재부 쪽은 기재위 소관인데 기재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에요. 금융 쪽 쪼개는 정부 조직 개편안은 정무위 소관인데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에요. 이 사람들은 지금 상정을 안 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되느냐. 패스트트랙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죠. 패스트트랙 제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5분의 3, 180석 이상이 동의하면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숙려 기간을 거쳐서 바로 통과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 대신 시간이 걸려요. 180일 정도 걸립니다. 어쨌건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거죠. 정부 조직 개편은 되긴 되겠지만, 시간은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퀴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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