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푸틴 제안 수용하라’ 압박…백악관서 욕설 쏟아내기도”

2025-10-20 07:52   국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각료 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찬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지시간 17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전쟁 종식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했으며 회의 중 고성이 오가는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습니다.

FT는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여러 차례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내던지며 젤렌스키에게 "돈바스 지역 전체를 푸틴에게 넘기라"고 요구했고, 전날 푸틴과의 통화에서 들은 러시아 측 발언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끝내 트럼프를 설득해 전선 동결안으로 입장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FT는 "이번 회의는 트럼프가 전쟁 문제를 얼마나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게 다루는지, 푸틴의 '최대주의적 요구'에 얼마나 쉽게 동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을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절했t습니다.

앞서 트럼프는 "푸틴이 협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고 발언해 이번 회담에서 토마호크 지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합의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다. 푸틴이 원한다면 그는 너희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는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에 자신이 있다"며 "푸틴은 결국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며 이미 일부 지역을 차지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은 지난 16일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 중인 돈바스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남부 최전선의 일부 지역(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작은 구역을 양도하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직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를 내주는 것은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과 유럽, G20, G7 등 주요국들의 결단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성규 기자 ho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