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찰이라고 하면 굉장히 신성한 장소로 통하게 됩니다.
그런데 불교 사찰 안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오가는 런웨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영화 제작 발표회도 여러 차례 열렸고요.
배우 성룡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수행 공간인 불교 사찰이 어느새 이벤트홀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림사 주지였던 스융신이 있습니다.
내연녀가 51명이다. 사생아가 147명이다.
2조 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렸다라는 비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CEO 승려라고 불렸던 그는 어떻게 소림사를 욕망의 제국으로 바꿔 놨을까요?
안녕하세요.
채널에이 베이징 특파원 이윤상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불교사찰에 지금 잠깐 나와 있는데요.
과거에 소림사 관련 영화를 촬영했던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한국인들이나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친숙한 장소인데요.
최근 소림사가 각종 부패 스캔들의 연료가 돼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국 소림사에서 최근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자세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타락한 소림사, 그 중심에 스융신
얼마 전 중국 불교계의 CEO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소림사 주지 스융신의 체포설이 돌았습니다.
주지 스융신이 중국 당국에 구금이 돼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이 같은 보도의 출발점은 온라인 공간에서 돌았던 소문이었습니다.
지난 7월 26일에 스융신이 내연녀 7명과 사생아 21명
그리고 직원 6명과 함께 상하이 푸동공항을 통해서
미국으로 출국하려다가 중국 당국에 붙잡혀서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었는데요.
중국 공안 당국은 곧바로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림사가 홈페이지 계정을 통해서 이런 내용을 공개를 합니다.
스융신이 횡령과 불교 계율을 위반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횡령이라고 하는 것은
소림사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빼돌렸다는 그런 내용이 되겠고요.
불교 계율을 위반했다는 것
혼외자를 낳은 혐의도 받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무슨 얘기냐
중국 정부도 스융신과 소림사 관련 스캔들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소림사도 스융신을 빠르게 손절하고 나섰다는 얘기가 된다는 겁니다.
금전적인 스캔들부터 내연녀 논란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스융신이
누구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융신은 16살에 출가해서
22살의 젊은 나이로 소림사 주지 대리가 됐습니다.
34살에 정식으로 소림사 주지가 됩니다.
각종 스캔들로 낙마하기 전까지 무려 36년에 걸쳐서 소림사 주지직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중국 승려로는 최초로 미국 유학파 승려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유학을 떠나서 공부한 분야도 굉장히 독특한데요.
경영, 마케팅 등과 관련된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융신은 미국에서 배운 이 비즈니스 관련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서
소림사를 상업화 시키기 시작합니다.
▶ 굿즈부터 엔터, 부동산까지 소림사의 상업화
스융신이 소림사 주지 대리가 됐던 1987년 무렵만 해도
중국의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인해서
소림사는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못했고 완전히 황폐화된 상태였습니다.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런데 수용신이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을 발휘해서
사찰 자체를 유명 관광지로 만들고
중국 무술의 본류와도 같은 소림사의 쿵푸를 문화 상품으로 상업화시킵니다.
소림사와 쿵푸를 브랜드화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겁니다.
일반 사찰에서 공짜로 나눠주거나 굉장히 싼값에 판매하는 향
근데 이 향도 고급화시키면서 고가에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평안향, 가족 축복향 등 여러 이름을 붙여서 종류별로 팔기 시작합니다.
가장 비싼 것은 우리 돈으로 치면
수십만 원의 돈을 받고 판매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불교 신자들이 사용하는 염주를 고가에 판매한다거나
약국까지 열어서 수천 년의 비법이 담겼다면서 약을 만들어서 비싸게 판매했다고 합니다.
결국에 소림사는 마음만은 가지고 가서
소원을 비는 그런 사찰이 아닌 장소가 돼버린 겁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소림사의 로고가 찍혀 있는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림사가 등록한 상표권만 900개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요.
관광객들이 소림사를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케이블카까지 설치를 했다고 하고요.
소림사의 입장료도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2005년 이후에 소림사 입장료는 100위안
우리 돈으로는 2만 원 가량 됩니다.
불교 사찰의 입장료치고는 상당히 비싸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소림사가 굉장히 큰 돈을 벌고 세계적인 유명한 브랜드로
가치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가능했습니다.
영화 촬영이나 쿵푸쇼를 관련 사업을 통해서
굉장히 큰 돈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스융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소림사 인근 대도시 상업 요지들을 사들여서 부동산 개발도 벌였습니다.
소림사에서 수행하는 승려는 400여 명 정도인데
소림사와 관련한 여러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는 1,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같은 사업수완 덕분에 소림사가 작년에 벌어들인 돈이
우리 돈으로 약 6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불교계의 CEO, 이 별명이 어색하진 않은 거죠.
스융신의 파격적인 운영 방식이 한 번 크게 논란이 됐던 건 2008년 무렵입니다.
소림사를 홍보하기 위한 사건이었는데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을 소림사 한가운데서 워킹을 하도록 시키는가 하면
승려들과 함께 쿵푸를 훈련을 하도록 했습니다.
불교 식의 수련 방법 중 하나인 쿵푸를 돈벌이에만 활용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겁니다.
▶ 10년 전에도 똑같은 폭로, 이제 와 움직이는 이유?
스융신을 둘러싼 부패의 의혹은 이번에 처음 불거진 건 아닙니다.
이미 10년 전에도 한차례 대대적인 의혹 제기가 있었습니다.
스융신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이 약 2조 원이 넘고
내연녀가 51명, 사생아는 174명인데
이들을 통해서 11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실이 아닌 걸로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당국 스융신에 대한 조치들이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들을 보면
이번엔 제대로 칼을 빼든 걸로 보입니다.
일단 승적이 박탈됐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 들어서
종교와 관련된 정치적인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종교의 중국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겠지만
그 종교 역시 중국의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소림사를 기획했던 수용신의 이같은 활동은
'종교의 중국화'라고 하는 측면에서도 들어맞지 않습니다.
중국 당국 입장에선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는 그런 분석도 나옵니다.
▶ 스융신 박탈 이후... 향후 조치는?
스융신의 승적이 박탈된 직후에
중국 당국은 소림사 주지를 발 빠르게 임명하면서
그동안 스융신이 했던 상업화의 색채를 모두 빼기 시작합니다.
소림사 무술단의 해외 공연이나 상품 판매, 온라인 쇼핑몰 운영도 사실상 모두 중단이 됐고요.
비싸게 팔던 향이나 약품 같은 것들도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향후에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라고 하는 부분에서
여러 추측들이 나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연예계와 유착한
어떤 비리, 의혹도 추가로 불거질 수 있는 거죠.
스융신이 소림사의 사업 자금을 빼돌렸다는
그런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결국 정부 당국의 조사는 빼돌린 돈을 어디에 사용했느냐라고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겁니다.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없는지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 마무리
중국 영화 속에서 소림사는 탐관오리를 벌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굉장히 선한 이미지로 나옵니다.
그랬던 소림사가 이제는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겁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하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상황이 됐는데요.
우리에게도 친숙한
또 중국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천년고찰
소림사가 이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자, 오늘 소림사 얘기 어떠셨나요?
다음에도 중국 관련 재미난 이야기들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