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유럽 홀로 방어? 국방비 10% 써야 가능”

2026-01-27 08:39   국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출처 : 나토 홈페이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유럽연합(EU)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없는 독자 방어' 구상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습니다.

현지시각 2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EU나 유럽 전체가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그렇게 꿈을 꾸라"며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이 독자적인 방위력을 갖추려면 현재 합의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단독 방어를 원한다면 국방비 5%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10%가 필요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또 핵 억지력 확보와 관련해서도 "자체 핵 능력까지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수십억 유로가 아니라 수천억 유로가 드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독자 노선은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뤼터 총장은 "완전히 독립적인 유럽 방위를 추진할 경우, 중복 투자가 급증하고 이미 진행 중인 군사 활동 위에 추가로 병력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반길 것"이라며 서방 동맹의 분열이 결국 러시아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로 인해 대서양 동맹의 균열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며 무력 사용을 시사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비록 해당 발언은 철회됐으나, 이를 계기로 유럽 내에서는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자율성' 논의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뤼터 사무총장은 이 정도 증액으로는 미국이 담당해 온 첨단 무기 체계와 핵심 군사 역량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재혁 기자 winkj@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