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상관 없이 말 걸어”…‘문민 덕장’ 안규백이 바꾼 것 [런치정치]

2026-01-29 12:35   정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찾아 신병 극기주 훈련을 마친 해병 1324기 훈련병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부 장관이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지도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안 장관은 임기 초반부터 '문민'을 강조했습니다. 기자단에게 첫 인사차 돌린 떡에도 '문민' 국방부 장관이라고 적혀 있을 정도였습니다.

 안규백 장관이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인사차 돌린 떡. '문민 국방부 장관'이라고 적혀 있다.

안 장관은 이전 장관들처럼 군 장성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 국방위원회서만 14년간 활동했고 국방위원장을 지내 여당에선 대표적 "안보통"으로 꼽혀왔죠. '민간인이 군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겠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안 장관,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군심 잡기에 나섰는데요.

'문민' 국방장관이 온 이후 국방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또,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풀어야 할 어떤 숙제가 남아있을까요.

장병의 낡은 운동화 보고 운동화 선물

문민 국방장관은 뭐가 다르냐고 군 관계자들에게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계급과 상관없이 군인들을 만나면 다 말을 건다"고요. "안 장관이 한마디씩 격려를 해주면 힘이 난다" "안 장관이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해줘서 많이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안 장관에 대해 물으니 가장 먼저 "누구에게나 인사해주는 살가운 장관"이란 평가가 나오더라고요.

안 장관은 용산에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함께 있을 땐, 국무회의 참석 뒤 꼭 연병장에 들러 장병들에게 인사했다고 합니다. 한 장병의 운동화가 좀 낡아보이자 "운동화가 왜 이렇게 낡았느냐"며 직접 운동화를 사줘서 장병이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0일 제3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안 장관은 취임 이후 야전을 18번 찾았습니다. 국방부 장관 최초로 서해 최전방 인천 강화군 '말도' 소초에 방문해 해병대원들에게 "여러분이 곧, 국방의 힘"이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 였죠. 가장 힘든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해 9월 훈련용 모의탄 폭발사고로 부상당한 장병들을 두 차례 위문 방문하기도 했죠. 성탄절엔 해당 장병들에게 안 장관이 직접 편지를 써보냈다고 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으로 상처 입고 사기가 떨어진 군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덕장(德長)의 모습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계엄 이후 군인들 사이에선 "군복입고 돌아다니면 손가락질을 받아 입고 다니기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상명하복에서 '바텀 업' 방식으로

국방부는 기존에 상명하복 방식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하지만 안 장관 취임 후 의사 결정이 바텀 업(아래에서 위로 제안)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안 장관은 각 조직들의 업무보고를 받을 때 실·국장들에게 적극적인 토론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안 장관과 식사를 한 직원들은 "지시보다 질문이 많았다. 업무보다는 직원들의 이름이나 취미, 개인적인 질문을 하며 관심을 가져준다"고 전합니다. 안 장관은 각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도 직접 챙겨보며 칭찬해, 각 군에서는 "이런 것까지 보시냐"며 놀랐다고 합니다.

안 장관은 초급 간부들의 처우 개선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국방장관 취임 100일사에서 "10년 전(2015년) 원내수석으로 사수했던 군인연금이 우리 군의 지난 10년을 지탱하였듯, 우리 군의 다음 10년을 지탱할 초급 간부 처우 개선을 사활을 걸고 이뤄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군문을 떠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겠다며 "초급 간부들의 처우를 중견기업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초급간부를 중심으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단계적으로 오르면서 초급 간부 지원율도 반등하는 중입니다.

계엄 이후 "윗선 지시 무조건 의심해야 하나"

안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방부는 내란 청산과 극복을 위해 인적 쇄신과 징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중징계는 물론 다수의 경징계도 내리고 있는데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계엄을 주도한 인사들에 대한 파면엔 군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시를 따랐던 이들에 대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 등 지시를 따랐던 인사들도 '파면' 결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계엄 해제 이후에도 비상 계엄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 전 차장이 해당 지시를 따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군 내부에선 "당시 준장이었던 이 전 차장이 상관의 지시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도 나옵니다. 소위 말하는 '계엄 버스'에 타라고 해서 탔던 인원들도 징계를 받았습니다. 장성급 뿐 아니라 영관급 등 많은 군인들이 지시를 따랐다가 징계 대상이 됐습니다.

이번 징계와 상관 없는 군인들도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인에게 파면이란 삶 전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군인에게 파면이 어떤 의미인지 국방부가 과연 알지 모르겠다" "윗선의 지시 하나하나 다 의심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라는 결정"이란 속내도 털어놓더라고요.

국방부가 첫 징계를 발표했던 대상은 계엄 버스에 탑승했던 김상환 전 육군 법무실장이었습니다. 국방부가 김 전 실장에게 '근신 10일'을 내리자 김민석 총리가 나서서 경징계 처분을 취소하고 안 장관에게 다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후 국방부는 김 실장에게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복수의 국방부 관계자는 "김 총리의 지시 이후 국방부가 처분을 더 세게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징계는 징계위가 결정하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확정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안규백 장관입니다. 군 내부에서는 "군인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나라의 안보를 내가 책임진다는 신념 하나로 사는데, 군인들의 삶에 '불명예' 낙인찍는 걸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달라"는 당부도 나옵니다.

통일부와 파워 게임

국방부가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다면, 통일부는 북한과 평화를 지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지난해부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언급하면서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다수의 군 핵심 관계자들은 "부처간 파워 게임에서 정 장관이 너무 세게 나온다"며 "안규백 장관이 버티고 있어서 그나마 지금 정도"라고 했습니다.

안 장관이 국방부 내에서는 덕장의 면모를, 국방부 장관으로서 외부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굳건하게 안보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계엄 이후 흔들린 군심을 다잡는 것이 안 장관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박선영 기자 tebah@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