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우리의 전쟁 아니다”

2026-03-17 10:59   국제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1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에 동참해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하며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국 외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한 호르무즈 해협 안보 확보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현재 홍해 일대에서 상선을 보호하는 EU의 '아스피데스 작전'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는 방안이 안건으로 올랐으나, 장관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려했습니다.

회의 종료 후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참석자들은 EU 해군 임무를 강화하려는 분명한 의지는 있었지만, 작전 범위 변경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없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해협까지 임무를 확대하는 데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칼라스 고위대표는 "유럽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하며 "유럽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걸려 있긴 하지만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목표도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 주요국들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자국의 주된 임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어에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파병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나토는 방어 동맹이지 개입 동맹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토가 여기에 개입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동맹 내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중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부총리는 미국의 압박을 '협박'이라고 맹비난하며 "우리에게 군대를 보내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역설했습니다.

이 같은 유럽의 미온적인 태도에 미국 측은 재차 동맹의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면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나토 외교관 2명은 "현재까지 미국은 나토 틀 내에서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외교관은 "일부 동맹국들은 그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그 지역은 나토의 직접적인 책임 구역도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EU는 오는 19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유럽 정상들은 이란과 중동 전역의 긴장 완화를 촉구하며 각국의 최대한의 자제를 당부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재혁 기자 winkj@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