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작은 다리라도 있었으면…” 육지 속 ‘섬마을’ 운다

2013-01-16 00:00   사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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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육지 속 섬 마을'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깊은 산과 강, 또는 호수에 둘러쌓여
배로만 오갈 수 있는 마을입니다.

그런데 매해 겨울마다 강이 얼거나 눈이 내리면
뱃길마저 끊겨 고립되기 일쑵니다.

노인들이 많이 살아 자칫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정부나 해당 지자체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겨울 고립된 마을들을
김장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청호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충북 산간의 한 오지마을.

꽁꽁 언 호수 한 가운데에
육지와 마을을 가로지르는 긴 선이 보입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소통 통로인 뱃길입니다.

하지만 한파가 몰아치면서
이마저도 얼어붙어 통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고 걸어서 건널 수도 없는 노릇.
얼음이 깨질 수도 있어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수를 빙돌아 산길로 마을 진입을 시도해봤지만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차 바퀴가 깊게 쌓인 눈 구덩이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맥기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15가구 22명.

마을 이장은 마을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하루에 한번 자신의 배로 마을 주민들을 옮겨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마다 얼음을 깨면서 물길을 열어야 하는데,
더 추워지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수길/맥기마을 이장]
"기온이 올라가야 이거 얼음이 풀리지 그냥 쉽게 안 풀려. 하루에 약 5cm씩 얼어. 보면 알잖아."

마을 이장의 배에 올라타는 마을 주민들의 발에
얼기설기 동여 맨 짚이 눈에 띕니다.

[유경순/맥기마을 주민]
"미끄러워서 이 짚을 동여매면 덜 미끄러워요. 미끄럽지가 않아."

강원도의 또 다른 고립마을.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는 강이 얼어붙으면서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나마 이곳은 강을 걸어서 건너다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하긴 마찬가지.

[김장훈/기자]
"마을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인 얼음길입니다. 직선 거리로 150m 정도를 걸어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어떤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딛어도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경숙/점말마을 주민]
"(언 강물이)녹고 그럴 때는 구멍이 있잖아요. 가다가 그냥 막 빠져요. 겁이 나지 뭐. "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비상식량에 의존한 채 동장군이 물러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주경찬/점말마을 주민]
"(많이 쌓아 놓고 계시네요. 이게 뭐죠)저희들이 여기 고립되고 그러면요. (외지로)나가서 사올 수도 없고."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고립 예상지역은 339곳.

점말마을은 이 관리대상에도 빠져 있습니다.

가구수가 적고, 뱃길이 닿는다는 이윱니다.

주민들은 다리 건설이 고립 상태를 해소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지만,해당 지자체는 난색을 표합니다.

[원주시 관계자]
"교량을(건설) 하려면 50억 이상 들거예요. (주민) 몇 분을 위해서 대형 공사를 시에서 하기에는 사실상 어렵거든요."

겨울철만 되면 반복되는 세상과의 고립.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이, 육지 속 섬 마을 주민들은 언제 어떤 사고를 당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김장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