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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푸틴이 쥔 에너지 무기에…지구촌이 ‘덜덜’
2022-07-31 19:37 국제

[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세계가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끄떡 없는 이유, ‘에너지’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러시아가 가스관을 막기라도 한다면 특히 유럽은 꼼짝 없이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이 닥쳐도 ‘세계인’들이 맘놓고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전쟁’만큼 무서운 ‘전력난’. 세계를 보다 곽정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대표 관광지인 베를린 성당이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밤에도 화려한 조명으로 관광객을 맞이했지만 불꺼진 성당은 형체만 어렴풋이 보일 정도입니다.

베를린 시의회가 27일부터 공공 건물과 유적지의 야간 조명을 끄기로 결정한 겁니다.

[마르쿠스 캄라드 / 베를린시 행정국장]
"200개의 건물 외부 조명을 끄기로 했습니다.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쾰른시도 가로등 조도를 평상시의 70%로 낮추기로 했고, 하노버시는 공공시설 내 샤워시설에서 온수 사용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가스 대신 장작을 태우는 집들도 늘고 있습니다.

[로베르트 하베크 / 독일 부총리]
"러시아 천연가스의 높은 의존도로 인해 우리는 가장 큰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5개월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천연 자원을 무기화했습니다.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달 터빈 수리를 이유로 가스 공급량을 40% 수준으로 줄이더니 지난 20일에는 30%, 다시 일주일 뒤에는 20% 수준까지 줄였습니다.

공급량이 줄며, 오른 가스 값은 고스란히 유럽 소비자 몫입니다.

러시아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독일에서는 오는 10월부터 가스 요금을 인상합니다.

가구당 최대 133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합니다.

문제는 하필 전례 없는 불볕더위로 전력 소비가 급증할 때와 맞물렸다는 겁니다.

이에 프랑스 파리는 냉방 중 문을 열어두 상점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제안도 마련했습니다.

[지아코모 / 전자제품 상점 주인]
"에어컨이 있어서 좋은데 전기세가 걱정입니다. (전기세 지불을 위해) 더 많이 벌어야 하니 문제에요."

이탈리아에서는 물과 에너지를 아끼려 샤워 시간을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안토니오 / 이탈리아인 목수]
"낮에는 (정부에서) 계획 정전도 있어요.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 일부러 전기를 끊는 거죠."

아시아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본 도쿄의 대형 가전 매장의 TV는 모두 꺼져 있고, 회사원들은 조명을 끈 채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일을 하는 등 에너지 절약 사투를 벌입니다.

전기 부족 사태를 맞은 일본은 40년 넘는 낡은 화력발전소까지 재가동 시켰습니다.

[이소자키 요시히코 / 관방 부장관]
"사상 처음 전력 수급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전을 부탁드립니다."

프랑스는 지하수나 강물의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 에너지를, 독일은 풍력 발전 등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라 다가올 겨울철에도 에너지 부족 현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채널A뉴스 곽정아입니다.

영상편집: 배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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