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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앵과 뉴스터디]‘방통위 전쟁’ 개봉박두…핵심은 MBC 쟁탈전?
2024-07-21 15:00 정치


민주당 사이에서 요즘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탄핵’이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도 했고, 검사 탄핵안도 발의하고, 또 아직 임명도 안 됐는데 탄핵한다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있습니다. 사실 방통위원장마다 탄핵 이야기가 나왔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수장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던 한상혁 위원장이었습니다. 윤 정부가 취임한 이후에도 1년 동안 방통위원장을 한 겁니다.

그동안 정권 바뀌면 방통위원장은 대부분 물러났는데, 한 위원장은 보장된 임기가 있다며 계속 일을 한 거죠. 결과적으로는 임기를 못 채우고 나갔죠.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고의로 감점했단 의혹으로, 한 전 위원장은 “쫓겨났다” 하고, 윤 정부는 “죄를 지었으니 나간 것”이라 애기하고 있습니다.

이후 윤 정부가 임명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3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민주당이 “탄핵하겠다”해 자진 사퇴했죠. 이후 김홍일 방통위원장도 6개월 만인 이번 달 초 자진 사퇴했고 이유는 민주당이 또 “탄핵하겠다” 했기 때문입니다. 윤 정부, 이번에는 MBC 출신의 이진숙 후보를 지명했고 민주당은 또 탄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조만간 ‘방송4법’을 통과시키려 합니다. 지난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번에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방송장악’입니다. 민주당은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한다면 윤석열의 방송장악 의지”라 하고, 국민의힘은 “방송4법은 야당의 방송장악”이라 합니다. 치열한 미디어 대전의 핵심에는 MBC문화방송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짚어보겠습니다.



▶ 방통위원장‧방송4법 갈등, ‘MBC 사장’ 때문?

정권이 바뀔 때마다 MBC는 사장이 바뀌어왔습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자마자 노성대 전 광주MBC 사장이 MBC 사장으로 오고, 다음으로는 김중배 전 한겨레 사장이 앉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긍희 전 대구MBC 사장, 이후 MBC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최 전 사장은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강원지사까지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엄기영 전 앵커로 바뀌는데 엄 전 사장은 이후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에 도전했다 실패했죠. 그러고 나서 김재철 MBC 사장이 오는데, 당시 노조를 탄압했던 인물로 꼽혀 민주당의 저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지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가 이때 김 전 사장과 함께 활동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김종국 전 대전MBC 사장과 안광한 전 MBC 부사장이 차례로 MBC 사장 자리에 앉습니다. 이후 김장겸 사장이 들어오는데, 재임 중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뀝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한동안 버텼지만 이내 PD 출신 최승호 사장, 보도국장 출신 박성제 사장이 임명됩니다.

지금까지 보면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부분 MBC 사장은 알아서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문 정부 때 취임한 박성제 사장이 계속 일을 하죠. 박 전 사장 임기가 끝나고 지난해 3월부터 사장이 된 안형준 전 MBC 경인지사장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야권 성향이에요. 정부 출범 이후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대파값 보도’ 등으로 MBC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죠.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진이 선임합니다. 방문진 이사회는 방통위가 임명합니다. 즉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방문진 이사가 MBC 사장을 선임하는 구조입니다. 방문진 이사는 9명인데, 그 중 김병철·지성우·차기환 이사는 친정부 성향으로 나머지 6명(권태선·강중묵·김기중·김석환·박선아·윤능호)은 친야권 성향 인사로 분류됩니다.

친야 성향 인사가 많은 이유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방통위에서 방문진 이사진을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암묵적으로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진 9명 중 여당 방통위원이 6명, 야당 방통위원이 3명을 추천해 왔다고 합니다. 정권은 바뀌어도 방문진 이사진은 안 바뀌었고, 그러다보니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야권 성향의 사장이 취임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방문진 이사회 임기가 다음달 12일에 끝납니다. 이제는 여야가 바뀌고 국민의힘 추천 6명, 민주당 추천 3명으로 꾸려지는 겁니다. 그 이사진이 MBC 사장을 뽑는 데에 영향을 미치겠죠.



▶ ‘MBC 사장 교체’ 윤 대통령 vs 민주당… 각각의 카드는?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직무정지가 됩니다. 김홍일 전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날, 김 전 위원장이 자진 사퇴했죠. 그러면 위원장 빼고 위원들끼리 방문진 이사진을 결정할 수 있지 않나? 지금 그게 안 되는 상황입니다.

방통위는 혼자선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합의제 구조입니다. 최근까지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 한 명, 총 2명이 있었는데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면서 1명만 남았습니다. 1명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방통위는 5인 합의제입니다. 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위원 5명이 의결하도록 돼있습니다. 이 5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1명은 여당이 추천, 2명은 야당이 추천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는 문재인 정부 때 구성한 인사들로 출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몫으로 한상혁 위원장과 김창룡 위원, 당시 여당인 민주당 몫으로 김현 위원, 야당인 국민의힘 몫으로 김효재, 안형환 위원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이들은 3년의 임기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쫓아낼 수는 없죠. 이 와중에 정권이 교체가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여권 2명, 야권 3명으로 방통위가 운영된 거죠.

대통령 지명의 김창룡, 국민의힘 추천의 안형환 위원 임기가 먼저 끝납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몫으로 이상인 위원을 지명했고, 안 위원은 야당 몫이었으니까 이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안 위원 대체자를 추천해야 하죠. 민주당은 최민희 의원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원을 국회에서 추천은 하지만, 임명은 대통령이 하거든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임명을 한다. 이 경우 국회는 위원을 추천할 때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최민희 의원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방통위원은 4명이 됐죠. 이 와중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해임돼서 3명만 남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1인과 국민의힘이 지난 정부에서 추천한 1인, 민주당이 지난 정부에서 추천한 1인이 남아 여당 대 야당으로 보면 2대 1이 된 겁니다. 이때 KBS 이사회를 교체해 윤 정부가 원하는, 박민 KBS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그러다 김현 위원과 김효재 위원도 임기가 끝납니다. 각각 여야 몫 추천 한 명씩이 비게 됐는데, 서로 추천 인사들을 통과시키기 않습니다. 이때 국민의힘에선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에 오른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하는데, 다수인 민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거죠. 위원장 자리에는 해임된 한 전 위원장 자리에 대통령 몫으로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임명합니다.

국회 추천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통령 몫으로 들어온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2명만 남은 거죠. 둘이서 방통위 의결을 진행하죠. 민주당은 “5명 합의제인데 2명이 의결하는 건 위법”이라며 “과반수인 3명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을 탄핵하려 할 때 “2명만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했다”는 걸 주요 탄핵 사유로 내세웠습니다.

어쨌든 이동관 전 위원장은 자진사퇴하고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왔는데 또 민주당이 탄핵하려 해 사퇴했습니다. 2명 중 위원장도 공석이 돼 혼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런데 김홍일 전 위원장이 사퇴 사흘 전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 관련 안건을 의결해 놨습니다. 7월 11일까지 방문진 이사진 공모를 받고 8월 12일 현 이사진 임기 만료에 맞춰 뽑겠다는 걸 정해놓고 간 겁니다. 현재 32명이 이사진 공모에 참여한 상황입니다.

그러곤 대통령은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여당 몫 방통위원 후보에 올랐으나 야당 반대로 추천되지 못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지명하죠. 방통위원으로도 민주당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엔 더하겠죠. 이 전 사장은 김재철 MBC 사장 시절 김 전 사장과 함께 MBC 노조와 큰 갈등을 빚었습니다. 민주당은 “이진숙은 적폐 중에서도 최고 적폐”라며 “100번이든 탄핵해야 한다” 맹공하고 있습니다. 이 전 사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호 인재로 영입해 21대 총선에 출마하려 했었고, 윤석열 대선 캠프 언론 특보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전 사장이 방통위원장이 되는 순간 방통위원 2명이 돼 방문진 이사진을 꾸릴 수 있고, 그럼 MBC 사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진숙 후보 인사청문회가 오는 24일과 25일에 잡혀 있지만, 방통위원장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보고서 채택을 안 하면 정부가 10일 이내 재송부해달라 요청을 할 거고, 재송부를 안 할 경우 정부는 그냥 임명하면 됩니다.

현재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의결해 놓은 대로 방문진 이사회 공모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이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오면 공모 신청한 32명 중 9명으로 의결하면 되는 겁니다. 방문진 이사회는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인데 방통위원 중 야당 몫 위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9명 모두 친여 인사로 임명할 수도 있는 상황이죠.

민주당은 이진숙 후보에 대해 탄핵 카드를 꺼냈지만, 이 후보가 임명이 되어야 탄핵소추안을 낼 수 있거든요. 그러면 발의 후 통과까지 진행되는 사이에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의결할 수 있는 거죠. 그 다음은 마음 먹으면 MBC 사장 교체하는 수순을 진행할 수 있고요.

민주당은 ‘방송4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단 입장입니다.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 이렇게 4개를 묶어놓은 겁니다.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 방통위원 4명이 구성되지 않으면 의결이 불가능하게 막겠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2명으로도 의결할 수 있었는데 4명으로 늘리는 거죠.

나머지 3개 법안은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바꾸는 내용입니다. 지금은 방문진 이사진 9명이 표결해 MBC 사장을 선임합니다. 그런데 방문진은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돼있으니 여당이 미는 후보가 MBC 사장이 되겠죠. 민주당은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우선 100명을 공개 모집해 구성된 국민추천위원회에서 MBC 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진은 21명으로 늘립니다. 추천위에서 추천한 후보 중 21명이 표결하게 하는 겁니다.

민주당은 “정권 바뀔 때마다 방문진과 MBC가 시끄러우니 독립적인 이사진 구성을 하겠다”는 명분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영구히 MBC를 장악하겠단 의도다”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는 방문진 이사진 21명 구성도 새롭게 하게 돼있는데, 여당이나 야당 추천뿐 아니라 다른 단체의 추천을 넣습니다.

국회가 5명을 추천하고, 미디어학회가 6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기자연합회가 2명, 한국PD연합회가 2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2명을 추천해 총 21명으로 구성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상당수 단체들이 시민단체 성격이 강해 야권에게 유리하게 구성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 정권이 바뀌어도 방문진 이사진이 민주당 성향이면 MBC 사장은 영구히 민주당 성향의 인물이 될 거라는 거죠. ‘방송4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문진 이사진 공모가 진행됐는데 엄기영 전 MBC 사장과 드루킹 특검을 지낸 허익범 검사 등 총 32명이 지원했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가 임명되면 32명 중 9명을 추려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할 거고, 그러면 MBC 사장이 바꾸려고 할 거고, 노조와의 충돌도 불가피해보입니다. 하반기에도 계속 시끌시끌할 것 같습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많은 시청 바랍니다.

구성: 동정민 전민영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PD
편집: 허수연‧박현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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