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극적 복귀를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공공연히 "한동훈 전 대표 덕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 지도부의 '한덕수 전 총리로 강제 단일화' 추진을 당원들이 반대한 게 왜 한 전 대표 덕분이란 걸까요.
친한계, '후보 교체' 비판…"당원에 ARS 투표 독려"
먼저, 당원들의 반대가 친한계의 '여론전'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새벽 강제 단일화 절차에 돌입하자 한 전 대표는 물론이고 친한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났습니다.
특히 한 전 총리의 새벽 기습 입당과 후보 등록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 전 대표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 "친윤들은 자기 기득권 연명을 바랄 뿐, 승리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며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죠.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며 쿠데타"(조경태), "수 십억 원 들여 경선은 무엇하러 했나. 말 장난 서커스였나"(배현진), "당과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다 말아 드셨다"(김종혁 전 최고위원)며 거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친한계가 불을 붙이자 당심도 심상치 않게 돌아섰습니다. 당원들 사이에선 "친윤 지도부가 '한덕수 꽃가마' 기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당원들이 뽑은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 "아무리 김문수가 '김덕수'로 후보가 됐어도 이건 아니다"는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우리가 당원들에게 ARS 투표를 포기하지 말라고 독려했다"며 "김문수를 살린 건 한동훈"이라고 했는데요.
국민의힘 대선 최종 경선 당원 투표에서 한 전 대표는 38.75%의 득표율을 기록했죠. 친한계의 여론전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까요. 김문수 후보의 기사회생이 결정된 당원 투표에서 '한덕수 후보로의 단일화' 찬성은 50%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권 장악 위해 '후보 교체' 비판" vs "친윤계, 적반하장"
한 지도부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랑 똑같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70%였다가 막상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반대로 70%가 돌아섰다"고 했습니다. 당심 역풍을 예상했다는 겁니다.
지도부도 이같은 여론전을 감지하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후보 교체가 무산되자 책임지고 물러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지난 10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기습 후보 등록'에 대한 질문이 꼬리를 물자 이렇게 말했죠. "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그런 지적을 제기하는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거로 판단한다"고요.
한 중진 의원은 "소위 친한계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하는 행동인데, (한 전 대표가) 우리 당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친한계가 대선 승리보다는 선거 이후 당권 장악을 목표로 '후보 교체' 비판에 집중했다는 게 친윤계의 시각입니다. 12·3 계엄과 탄핵 국면 당시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당의 생존을 위해선 무조건적인 즉시 탄핵보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논리와도 유사합니다.
반면, 친한계에선 "친윤계가 그럴 말할 자격 있냐,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대위 합류 요구…한동훈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라"
김 후보를 살린 한 전 대표,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까요? 한 전 대표, 함께 경쟁한 안철수 의원과 달리 선대위원장직을 맡진 않고 있는데요. 나경원 의원은 오늘(13일) SNS에 글을 올려 "“홍준표 전 시장, 한동훈 전 대표, 한덕수 전 총리도 대의를 위해 함께 해달라”며 선대위 합류를 촉구했죠.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3가지를 공개 요구했습니다. △ 계엄과 탄핵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계엄 옹호·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인사들 기용 배제 △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호한 절연 △ 한덕수 전 총리와 즉각 단일화 약속으로 당선된 점에 대한 사과입니다.
김 후보, 일단 어제(12일)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첫 공식 사과를 했죠.
하지만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계엄에 대한 사과는 당연한 것이고, 친윤들조차 계엄은 잘못됐다고 말해왔다"며 "당내 쿠데타를 일으켰던 친윤 세력을 그대로 놔둔 상태에선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채널A에 "빅텐트보다 당내 통합 선대위가 더 중요하고, 한 전 대표가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드리는 게 제 역할"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변화가 있다는 인식을 주면서 당내 구성원들의 합의도 이끌어낼 지점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내에선 한 전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전 대표가 말하는 '계엄 반대, 탄핵 찬성' 원칙이 아무리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계속 정치를 하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 전 대표 오늘 SNS에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패배 알리바이' 만들지 말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출당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선대위 합류를 촉구하는 당내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읽힙니다.
지난 7일 캠프 해단식에서 "정치 쉬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했던 한 전 대표, 협상의 정치력을 보여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