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도현이 할머니 패소…법원 “페달 오조작”

2025-05-13 13:49   사회

 1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판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강원 강릉시에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오늘(13일) 도현 군 가족 측이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9억 2천만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도현 군 가족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ECU 결함 주장에 대해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였다'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의 신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ECU 결함으로 잘못된 주행 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런 오류가 가속페달 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앞선 모닝 차량과의 추돌이 티볼리 차량 성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티볼리 차량이 굉음을 내며 급가속 주행을 시작한 뒤부터 최종 충돌 시점까지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점등 방식은 ECU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제조사 측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사고 당시 ECU 결함이 아닌 운전자(도현 군 할머니)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았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본 겁니다.

선고가 끝난 뒤 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씨는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오늘 판결은 진실보다 기업의 논리를, 피해자보다 제조사의 면피를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다시 전력으로 항소해서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한 도화선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도현 군 가족과 제조사인 KG모빌리티는 핵심 쟁점인 '페달 오조작' 여부를 두고 지난 2년 6개월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습니다.

도현 군 가족은 "약 30초 동안 지속된 이 사건 급발진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는 건 불가능하다"며 "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전형적인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제조사 측은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한 EDR 기록과 국과수 분석 등을 근거로 페달 오조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간 급발진 의심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약 30초 동안이나 지속된 급발진 현상과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며 소리친 할머니의 음성이 공개되며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도현 군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할머니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습니다.

경찰은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운전자(할머니)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강경모 기자kk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