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 의혹’ 때려도 무대응‧로우키”…김혜경, 물밑 행보 왜? [런치정치]

2025-05-26 12:40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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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공세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씨는 그제(24일) 한 예능 프로그램('SNL코리아')까지 출연해 김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직격했죠. 편의점 상황극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맡은 설 씨는 김혜경 씨 분장을 한 개그우먼 정이랑에게 "법카 사용하지 마세요. 앞으로는"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설 씨는 '김혜경'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엔 "[김] 김 빠져요. [혜] 혜경궁 김씨. [경] 경을 칠 노릇"이란 답변까지 내놨습니다.

설난영 씨 'SNL' 발언에 민주 "지켜야 할 선 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입니다. 김혜경 씨 측에 "대응 안 하냐"고 물었더니 "욱할 때도 많긴 한데 참는다"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민주당 선대위는 오늘(26일) 설 씨의 SNL 발언에 에둘러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치가 시사 토론 프로그램 말고도 코미디 등 여러 소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는데요. "그런 걸 염두에 두면서 품격 있게 서로 대화하고 상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동 유세는 물론 방송 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설 씨와 달리 김 씨는 시종일관 물밑 행보 기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행보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요. 비공개로 전국을 돌며 사찰, 성당, 교회를 찾아 종교계 인사를 만나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합니다. 김 씨가 이렇게 조용한 물밑 행보를 고집하는 이유, 뭘까요?

 김혜경 씨(가운데)가 지난 16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국민들, 김건희 여사 트라우마 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혜경 여사가 24일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제51주기 열반대재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대선 기간 김 후보와 김 씨가 일정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출처 : 뉴스1)

이번 대선은 탄핵 후 치러지는 초유의 선거인 만큼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논란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면서요.

일각에선 법카 유용으로 재판 받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물밑에서 지원하는 역할에만 몰두하는 '몸조심, 로우키(low key) 행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재명 후보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부인과 동반 유세 행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 아내가 뭘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 아내 판단에 따라서 잘할 테니까 그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답했죠. 그런데, 이 후보와 김혜경 씨 동선을 보면 늘 겹치지 않게 짜여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재명 후보가 영남권을 돈다면 김혜경 씨는 호남에서 종교계 인사를 만나며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91년 김혜경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독실한 기독교인' 김혜경 씨, 법명은 '천수안'

김 씨는 오늘 경기 집중 유세에 나서는 이 후보와 달리 영남권에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경남 해인사, 경북 직지사, 충북 법주사 등 규모가 큰 사찰 곳곳을 방문하는 겁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 씨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 자승스님으로부터 과거 '천수안(千手眼)'이라는 법명도 받았는데요.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처럼 세상의 어려움을 잘 살피고 국민의 마음을 살피라는 뜻입니다.
   
조용한 '그림자 지원'에 나선 김혜경 씨와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설난영 씨. 대선이 가까워질 수록 내조 전쟁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정연주 기자jyj@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