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세차 맡겼더니 완전 분해…‘폐차’ 처지 [사건현장360+]

2025-06-18 16:0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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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세차'에 걸려든 피해자들

 '무료 세차'라며 올린 일당이 인터넷에 올린 미끼 글.

"무료 스팀 세차해드립니다. 깨끗한 서비스로 만족드려요."

최근 중고거래 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었던 문구입니다. 개업 이벤트라며 외제차까지 공짜로 스팀 세차해주겠다는 제안.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건, 정교하게 짜인 차량 절도 범죄였습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한 피해자는 지난달, SNS를 통해 '무료 출장 세차' 광고를 접했습니다. 차량 외관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별 의심 없이 응했고, 새벽 1시쯤 세차를 해준다는 말에 만나려 했는데 더 늦은 시간 온다고 하자 결국 키를 차 안에 두고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경남의 한 폐차장서 발견된 도난 차량

 도난당한 피해 차량. 쓸 수 있는 부품은 모두 해체됐고 사용할 수 없어 방치 중이다.

이 차량들은 서울을 기준으로 할 때 무려 300km 떨어진 경남 함안의 한 폐차장에서 발견됐습니다. 이중 한 차량은 처참하게 훼손돼 있었습니다. 대시보드부터 배선, 계기판, 심지어 차량 번호판까지 전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 피해자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서 업체가 무료 세차로 홍보하나 싶었다"며 "의심 없이 신청한 건데 애지중지하던 차 곳곳이 훼손돼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피해자만 최소 7명. 범행은 전국적으로 한 달여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범인들은 모두 '무료 세차'를 미끼로 차를 가져간 뒤, 폐차장에 차량을 집결시켜 분해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NS 세차단'의 정체…텔레그램 지시 받고 해외 수출까지

차량 전문가들은 일당이 도난 차량을 분해해 해외로 빼돌릴 목적으로 범행한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경찰에 붙잡힌 20대 공범인 남성은 폐차장 일부 부지를 임대한 수출업자였습니다.

[박종원 / 차량 수리 전문가]
"보닛, 타이어, 배터리 등 주요 부품만 분해해서 따로 보관한 상태였어요. 수출용인지, 중고차 부품시장으로 돌릴 목적이었는지는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모집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 지시를 주고 받았습니다. 경찰은 최소 4명의 일당을 뒤쫓고 있지만 주범 등의 신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기 + 차량 절도…신종 하이브리드 범죄

무료 세차로 위장한 이번 사건은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닙니다. 중고거래 앱과 SNS 등이 결합된 신종 범행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자동차 열쇠를 훔쳐 문을 열거나 문이 열린 차량을 훔치는 절도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피해자가 직접 자동차 열쇠를 차 안에 두게끔 유도해 손쉽게 차량을 탈취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이 서울, 경기, 광주 등지에서 연달아 발생했다며 조직적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망을 넓히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경찰은 '무료 출장 세차', '무료 진단 서비스' 등 명목으로 접근하는 경우, 반드시 업체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자동차 열쇠를 넘기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벽 시간대 차량 접근을 원한다고 하면 꼭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당들이 잠잠해진 틈을 타 또 비슷한 수법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 같은 방식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백승우 기자strip@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