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좌번호 나와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연일 오르는 불장이다 보니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죠.

그래서 계좌번호가 나와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매물로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장에 달라진 거래 패턴, 경제카메라, 배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재건축 예정 단지입니다.

아파트값이 연일 치솟자 매물로 내놓은 집조차 보여주질 않습니다.

[현장음]
"<부동산에서 왔는데> 내놓은 적이 없어요!"

이처럼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이유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상승장 분위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9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여름 이후 최대 상승폭인데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호가는 며칠 새 1~2억씩 뛰는 이른바 '불장'인 겁니다.

집주인들은 계약금 입금 날 조차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장은혜 / 서초구 내 공인중개사]
"계좌번호 달라고 했더니 주말 지나고 더 생각해 보고 연락을 하겠다. 전화를 안 받으시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다보니 요즘 부동산 시장에선 매수하려는 사람들의 공통된 첫 질문이 "계좌나와요?"가 됐습니다.

계약금을 넣을 수 있어야 거래가 파기가 안되니 계좌 나오는지부터 묻고 거래하는 겁니다.

실제로 계좌번호는 주지 않고 한 번에 1억 원씩 호가를 4번이나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B 씨 / 성동구 내 공인중개사]
"처음에 올릴 때 25억 원으로 올렸거든요. 26억 원 부르고 또 안 한다고 그래서 27억 원 불렀는데 그제인가 그 때도 안 한다고 그래서 28억 원으로 또 올려놨어요."

토지거래허가구역 매수자들은 거래 승인이 나기도 전에 매매 약정금으로 최대 3억 원까지 먼저 입금하기도 합니다.

통상 5천만 원이지만 이 금액은 집주인들이 대부분 배액 배상 후 파기하기 때문입니다.

매도자 우위 상태에 중개업소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재건축 조합원 명부를 사서 "직전 최고가보다 몇 억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역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C 씨 / 서울 서초구]
"전화를 많이 받죠. 팔 생각 있으면 매물 달라고. 예상하는 금액이 얼마냐, 받아주겠다."

공동 중개도 사라졌습니다.

[D 씨 / 마포구 내 공인중개사]
"'불장'이 오면은 공동중개를 안합니다. 굳이 다른 부동산하고 공동으로 안하려고 하죠. (한번에) 다 먹으려고 하는 거니까."

'불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언제, 어느 정도로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카메라 배정현입니다.

연출 : 박희웅 이유니
구성 : 강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