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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철의 시선]숨고 싶은 스승의날
2018-05-14 11:49 뉴스A 라이브

[리포트]
내일은 스승의 날이자 세종대왕 탄생일입니다.

만백성의 스승으로 존경 받았던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스승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군사부일체(君師夫一體)' 스승을 임금과 부모와 같이 생각하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던 속담은 옛말이 됐습니다.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08건으로 10년 전보다 2.5배 정도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267건으로 절반을 넘었는데요.

과거엔 학교로 찾아와 폭력이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스마트폰이 참 문제라네요.

부모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아이들 준비물이 뭔지 숙제가 뭔지 물어보고요. 어떤 부모님은 게임 초대를 하지 않나,미세먼지 농도 나쁘니 당장 체육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도 보낸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학교 업무는 교사 직통 번호가 아닌 학교 대표 번호를 통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와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는 일부 부모들의 성화에 번호를 알려줄 수 밖에 없다는 게 선생님들의 설명입니다.

스승찾기 서비스라고 아십니까.

제자가 찾고 싶은 옛 선생님의 재직 연도와 학교 이름 등을 입력하면 스승의 동의를 받아 연락처를 전달해주는 서비스인데요.

옛 스승과의 만남, 참 기대되는 일이지만 연락처 통보를 거부하는 교사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일부 이기는 하지만 제자가 보험을 가입하도록 권유하거나 자동차 영업 등에 스승찾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과거에 있었던 체벌을 항의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교권이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닙니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을 기억하십니까. 강도상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탈옥해 2년 만에 검거됐었죠.

그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 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돈 안 가져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 속에서 악마가 태어났음을 느꼈다고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머리 한번 쓸어줬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요즘은 김영란법 때문에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도 드릴 수 없게 됐습니다.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카네이션을 드리는 건 가능해졌다지만 그마저도 사절한다며 가정통신문을 보낸 학교가 많습니다.

서울에 있는 학교 8곳이 아예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죠. 오죽하면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을까요.

스승의 날이 자칫 학생과 학부에겐 부담이, 스승에겐 불안한 날이 된다면 없애는 것도 한 번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대신 1년 365일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그걸로 족하지 않을까요.

천상철의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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