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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자식 또 잃은 기분”…유골함 침수 3개월
2020-10-28 19:35 사회

지난 8월 홍수에 유골함 1800여기가 있는 광주 추모관이 침수된 사건 기억하실겁니다.

석 달 가까이 지났는데, 유골함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 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현장음]
"우리 아들 너무 많이 찼어. 물이 너무 많이 찼어. 미안해서 어떡해.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너무 미안해."

지난 6월 꽉 막힌 채용의 벽을 마주하고 우울증을 앓다 세상을 떠난 24살 딸.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집안의 모형 제사상만 들여다 봅니다.

[유모 씨 / 유가족]
"침수되기 전에 꾸몄던 게 다 잠겨가지고 (딸) 친구한테 부탁해서 다시 편지 써달라고 하고 꽃이랑 다시 거기 꾸며줄 거 해놓고요."

딸이 보고싶을 때마다 찾던 추모관은 악몽같은 장소가 됐습니다.

[유모 씨 / 유가족]
"잘 꾸며놓은 그 함을 보면서 그래 이게 네 집이다 예쁘다 예쁘다 했어요 그랬는데. 딸이 6월 2일 갔는데 두 달 만에 침수가 돼서…. 왜 거기에 애를 안치해서 두 번 죽이는가 싶고."

침수된 유골함은 유가족들이 집으로 가져가거나

추모관 내 임시 장소에 보관 중입니다.

임시 장소에 가보니 제습기 전원은 뽑혀 있고, 습기제거제에는 물이 가득찼습니다.

[박모 씨 / 유가족]
"남편 유골에 물이 차고 우리 아빠의 유골함도 물에 차버리고. 얼마나 가슴이요, 어떻게 하늘 아래 제 자신을 탓했어요."

[문모 씨 / 유가족]
"소아암으로 8년 투병했고요. 화장터에 넣을 때는 오히려 안 울었어요. 비가 오는데 왜 그쪽에서 관리를 해줄 거라고 믿었을까?"

유가족과 추모관은 유골 재안치 비용과 보상 문제를 놓고 여전히 대립 중입니다.

유가족들은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합니다.

당일 오전부터 추모관에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도, 안내도 없었다는 겁니다.

[추모관 관계자 (지난 8월 8일 밤 10시 28분 통화)]
"비 많이 오는데 (현재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문제 없어요?
(예 오는 길이 너무 무서우니까 비 그치면 오십시오)."

젖은 유골을 찾아오거나 다시 화장하는 것도 오롯이 유가족 몫이었다고 말합니다.

[정문갑 / 유가족]
"물이 차는 순간부터 통보를 받았더라면 유골함을 다른 데로 옮겼을 겁니다. 그러나 24시간 지난 후에 그 연락을 받았어요."

광주광역시 의뢰로 한국수자원학회가 낸 보고서를 보면

추모관이 영산강 하류에 있어 침수에 취약한 데다 침수방지 조치도 미흡했다고 지적합니다.

빗물이 추모관 지하 환기구를 통해 들어왔는데, 물이 들어오는 걸 막는 수방설비가 없었다는 겁니다.

취재팀은 수차례에 걸쳐 추모관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추모관 관계자]
"(채널A인데요.) 할 말 없습니다."

추모관 측은 용역보고서를 통해

"유례없는 폭우가 원인일 뿐 최선을 다해 대처했다"고 설명합니다.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광주시와 관할 구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달라는 겁니다.

[김삼순 / 유가족]
"보상은 안 바라요. 우리 신랑이 저를 너무 사랑했거든요. 호텔같은 납골당이다 해서 거기다 모셨는데 "

[유현숙 / 유가족]
"너무 추우셨을 거 같아요. 깜깜한 물속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권솔 기자]
계절은 바뀌었지만 유가족들의 일상도 유골함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제대로 추모할 수 있을까요.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kwonsol@donga.com
PD : 김남준·김종윤·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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