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깊은뉴스]“일자리 없어요” 인력시장도 비명

2017-01-26 19:56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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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지만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겐 '남의 얘기'일 뿐입니다.

특히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매일매일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영하 12도의 강추위보다 더 추운 일자리 한파 현장을 최주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부터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최주현 기자]
“현재 시각 오전 4시 40분, 외부온도는 영하 12도입니다. 그런데 이곳 남구로역에는 오늘 하루 일감을 찾기 위해 많은 근로자들이 이른 시간 한파를 뚫고 모여들고 있습니다.”

완전무장을 하고도 배낭 안에는 작업복이 또 있습니다.

[현장음]
“(가방에 어떤 것이 들어있어요?) 옷하고, 수건하고, 연장이요. 겨울에는 추우니까 많이 입는 거예요.”

일자리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

직업소개소를 찾아가는 방법과, 길거리에 기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수료 아끼려 길거리에서 기다려]
야외에서 버티는 인부들은 소개소에 내는 수수료 2~3만 원이 아까워 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파보다 더 무서운 건 줄어든 일자리.

[건설현장 소장]
“(일자리가) 작년 겨울이 100%면 올해는 거의 한 40%. 일 없어도 계속 나오는 거예요.“

일감에 따라 기다리는 장소도 다릅니다.
 
철근과 콘크리트 근로자들은 5번 출구 옆에서 기다립니다.

5번 출구 반대편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허드렛일 근로자들이 모여드는데 대부분 중국동포나 중국인들입니다.

[중국인 일용직 근로자]
“난 외국인이에요. 다 중국이에요. 일이 어디에 있어. 집에 가야지."

드디어 선택의 시간.

기다림 끝에 승합차에 몸을 싣는 얼굴에는 웃음이 번집니다.

[일용직 근로자]
“오늘은 운이 좋아서 나가는 편이에요. 일 나가서 기분은 좋습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은 발걸음을 돌리고, 소주를 곁들인 해장국으로 답답한 속을 달랩니다.

[일용직 근로자]
“나는 2대째 막노동자야. 마누라 일 가는데 가만히 자고 있으면 좋아하나. 식사하고 들어가야지…“

수도권 외곽의 직업소개소.

문을 열기 무섭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부터 사업이 부도 난 50대 가장까지 몰려듭니다.

[현장음]
“(일 몇 개 정도 들어왔어?)30개 조금 넘게 들어왔는데, 20살 친구들이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이 없어요.”

드디어 일자리 배정이 끝나고,

[현장음]
“자, 오늘도 일을 못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금 이해해주시고 일을 돌아가면서 하자고…”

근로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정윤호 / 일용직 근로자]
“(과거에) 대기업 쪽 서비스업에 있었습니다. 일이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것 같습니다.”

[최주현 기자]
“신축 공사현장입니다. 이곳에서도 일용직 근로자들이 근무를 할 예정인데요, 계속되는 한파, 공사 현장을 어떨지 제가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현장 근처 외부 기온은 영하 10도.

모닥불로 손발을 녹이는 것부터 일과는 시작됩니다.

[현장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소음과 분진 그리고 강추위까지, 겨울철 작업은 두세배 더 힘듭니다.

[윤병부 / 일용직 근로자]
“가만히 있으면 엄청 춥죠. 일만 많으면 감사하죠. 우리 막노동은 빨간 글씨(휴일)도 없어요. 막 일하는 거야.”

일과를 마치고 고된 작업의 대가를 받는 순간.

[현장음]
“오늘 일당 13만 7천원이요. 오늘 일 어떠셨어요. (아유 힘들었죠)"

이렇게 하루 벌이로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는 160여만 명.

당장 내일 아침 일자리라도 얻는 것이 이들의 작은 소망입니다.

[일용직 근로자]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고,다른 것은 없습니다. 가족들 건강하고, 저도 이 일을 하는 동안 안 다치고 했으면…"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영상취재-김용우 조세권 / 영상편집-장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