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쓰레기도 국산보다 외제가 좋다?

2018-04-06 19:25   사회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환경부와 지자체, 업체 간의 엇박자 속에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한준욱 /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
"수도권 민간 선별 업체 48개를 대상으로 해서 수거 거부에서 수거 동의로 전환하도록 저희가 적극적으로 설득을 해서 현재 다시 수거 동의를 한 상황이고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자 부랴부랴 수습 카드를 꺼낸 환경부.

이로부터 불과 한 시간 전, 기자가 취재 중인 재활용품 수거업체로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환경부의 모 간부였습니다.

수거업체 명단을 달라는 부탁이 다짜고짜 나왔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지금 그쪽 (수거업체) 현황을 전혀 모르거든. 일단은 지금 회원사 명단이라든지 수거 지역이라든지 정리된 건 대표님이 갖고 계실 거 아닙니까."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겠다는 대책 발표 직전까지도 업체 현황조차 몰랐다는 뜻입니다.

[이경로 / 재활용품 업체 사장]
(예전부터) '한국에 쓰레기 대란이 온다. 준비해야 된다'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공무원은) 생뚱맞은 이야기만 하잖아요.
이건 정부에서 잘못한 거예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수거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종이와 고철만 가져갈 뿐, 플라스틱과 비닐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 경비원 싱크]
"아니 이거 왜 안 실어 간대요?"

인근의 아파트 단지.

포대자루를 꽉 채운 플라스틱 재활용품들이 한 달째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경비원과 수거업체 직원들의 실랑이는 일상이 됐습니다.

[ 경비아저씨]
"우리가 ‘그냥 가져가’ 그러고 맨날 싸우는 거예요. 엊그저께 와서 또 안 가져간다. 그러더라고요. 재활용하는 데서 받질 않는대. 가져오질 말라 한대."

재활용업체들은 폐지나 고철로 근근이 버티는 실정.

그런데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로 폐지 가격마저 폭락하자 이젠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재활용 업체 대표]
"폐비닐 이런 건 20원 손해 보고 kg당. 종이나 이런 건 가격이 좋았으니까 억지로 가져간 거지. 종이(값) 거의 60% 떨어진 거예요."

설상가상으로, 질 좋고 값싼 외국산 재활용품들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골판지 제조 회사.

공장 곳곳에 수입 폐지가 쌓여있습니다.

[현장음]
"수입 파지는 컨테이너로 들어와요."

10년 넘게 국산 폐지만 써왔다는 이 회사가 왜 해외로 눈을 돌렸을까.

[제지업체 관계자]
"(국산은) 약한데 강도가. 외국산은 특히 미국산, 미국산은 강도가 강해요."

지난 1,2월 폐지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고,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국산 재활용 쓰레기가 외면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작업장.

나와서는 안 될 비닐과 종이들이 잔뜩 뒤섞여 있습니다.

[현장음]
"다 쓰레기로 가는 거예요."

[ 정하니 기자]
"아파트 등에서 수거해온 혼합 플라스틱 재활용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 40%는 보시는 것처럼 재활용되지 않는 생활 폐기물입니다."

폐비닐을 재활용해 고형 연료를 만드는 공장.

최근 가동률을 30%로 줄였습니다.

이물질이 섞인 폐비닐들이 원료로 쓰이면서 구매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김경억 / 푸름리사이클 대표]
"이것 봐. 이런 게 다 들어가 있잖아. 이게 지금 의류 같은 거잖아. 빠지지도 않아. 들어가면 안 될 게 들어가잖아."

일본에선 지난 1992년 환경 당국과 제조업체들이 협약을 맺어 모든 페트병의 색깔을 재활용이 쉬운 무색으로 통일했습니다.

또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 페트병의 상표와 이물질도 철저히 제거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
(일본에서도 문제는)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처리하거나, 수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연합은 3년 전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는 법령을 발표했습니다.

한 사람이 1년간 쓸 수 있는 비닐봉지의 수를 2025년까지 마흔 개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가정에서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는 60% 이상을 민간업체가 처리합니다.

돈이 안 되면, 어떤 재활용품도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젠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때입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1차적으로 생산자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요.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한 거죠.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