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품고 들썩이는 테일러 시장 “미래세대에 기회”

2021-12-07 16:20   국제

 삼성전자의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텍사스 테일러 부지. 사진=정명환(VJ).

-"주민들 흥분… 우리 상상을 훨씬 넘어선 투자 규모"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안… 아이들 눈 뜨게 할 기회"
-발표 전부터 도시 '들썩'… "혜택이 도전 능가할 것"
-일부 주민 "살던 곳 떠날지 몰라" 걱정… 시장 "풀어야 할 숙제"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지로 최종 낙점한 텍사스 주 테일러 시의 공장 부지를 현지시간 지난 1일, 채널A가 국내 언론사 최초로 찾았습니다. 채널A는 삼성전자 생산라인을 유치한 테일러 시장도 만나 뒷이야기와 도시 분위기도 전해들었습니다.

텍사스 주 오스틴-버그스톰 국제공항에서 삼성전자의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부지까지는 53km, 차로 이동할 경우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가동하고 있는 오스틴 공장에서 신규 공장까지는 35km,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만큼, 지리상으로도 기존 공장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클러스터 효과'를 가늠케 했습니다.

◆ "150년 전 철도가 1차 호황… 삼성이 2차 호황"

 텍사스 테일러 부지에서 만나 채널A와 인터뷰 중인 헤이먼 부부. 사진=정명환(VJ).

채널A 취재진이 공장 부지를 둘러보던 중, 테일러에 산다는 한 부부가 먼저 차를 세워 말을 걸어왔습니다. 남편 로리 헤이먼 씨는 "1870년대에 테일러에 기차역이 들어온 게 첫 번째 호황이었다면, 삼성이 들어오는 건 두 번째 호황"이라며 반겼고, 아내 제니퍼 헤이먼 씨도 "일자리가 늘고 교육이 좋아진다는 측면에서 테일러 사람들에게는 아주 근사한 기회"라고 들뜬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공장 유치를 환영하는 마을 분위기는 시내로 들어가기 전 부지 인근에서부터 감지됩니다.

◆ "주민들 흥분… 우리 상상을 훨씬 넘어선 투자 규모"

브랜트 라이델 테일러 시장은 테일러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최종 낙점된 이후 채널A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역사회가 20조 규모의 반도체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에 매우 열광하고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반도체 공장의 건설과 설비 등에 170억 달러, 우리 돈 20조 원을 투자합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서 투자한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으로 라이델 시장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넘어선 규모"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라이델 시장이 대규모 투자 소식을 처음 들은 건 올해 초였습니다. 한 글로벌 기업이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고려 중이며 공장이 들어서면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테일러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는 데도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기업 이름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엄청난 투자 규모는 물론 "2000개의 일자리는 단연코 우리 도시에서 가장 큰 고용주"였다는 점에서 기업 유치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고 초기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최종 발표 이후 채널A와 만나 인터뷰 중인 브랜트 라이델 테일러 시장. 사진=정명환(VJ).

유치 과정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 초 텍사스에 전례 없는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대대적인 정전이 발생했는데, 당시 라이델 시장은 "정전사고로 해당 프로젝트의 고려 대상에서 테일러가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여전히 공장 가동에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드넓은 땅과 물, 전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고, 특히 테일러는 "전통적인 농업 도시로 평평한 농경지가 많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도 제3자와의 협력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라이델 시장은 밝혔습니다.

라이델 시장은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에 대해 "우리 지역 사회에 철도가 깔린 이래 가장 유의미하고 중대한 발전"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1870년대 테일러 지역에 인터내셔널·그레이트 노던 철도(International-Great Northern Railroad)가 들어선 뒤 도시는 텍사스 주 '철도 허브' 역할을 맡으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급격히 성장한 역사를 썼습니다. 특히 텍사스 주 내에서 비옥한 토지를 자랑했던 테일러는 당시 농경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며 경제를 이끈 주요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농경 산업이 쇠퇴하고 고속도로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성장도 점차 더뎌졌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며 라이델 시장은 "테일러의 지역 경제에 있어 (삼성 유치가) 단연코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 "적극적 인센티브 제안… 인턴십 등 미래세대 눈 뜨게 할 기회 확보"

테일러 시는 삼성전자에게 첫 10년간 92.5%, 이후 10년은 90%, 그 다음 10년은 85%의 재산세를 감면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라이델 시장은 스스로 이러한 세제혜택을 '대단히 적극적인 패키지(aggressive package)'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우리는 지역사회로 돌아갈 혜택이 (삼성에) 부여되는 인센티브보다 훨씬 크다고 느꼈다"며 결정 배경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인센티브 제안 역시 시 당국이 재정 전문가와 함께 시로 돌아올 혜택을 살펴보고 심사숙고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채널A와 인터뷰 중인 브랜트 라이델 테일러 시장. 사진=정명환(VJ).

특히 테일러 시가 이번 삼성전자 유치에 있어 무게를 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였습니다. 라이델 시장은 삼성전자가 테일러 시에 매년 24개의 인턴십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테일러 아이들의 눈을 뜨게 하고 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지역 활기와 아이들을 위한 기회라는 더 큰 그림을 내다봤기에 삼성에 줄 혜택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발표 전부터 도시 '들썩'… "혜택이 도전 능가할 것"

삼성전자가 테일러 시로 부지를 최종 발표한 것은 현지시간 지난달 23일이지만, 테일러 시는 이미 그전부터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테일러에서 자란 라이델 시장은 거리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주민들과 아는 사이지만, 요새는 클립보드를 들고 건물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적는 낯선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동산 업자나 건물 주인들도 삼성전자의 발표 이후 새로운 사업과 투자 관련 문의를 적잖게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텍사스 주 테일러의 한 맥주 가게에서 공장 유치를 기념해 내놓은 삼성 맥주. 사진=정명환(VJ).

라이델 시장은 "사람들이 내게 테일러 시가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지 물어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구 2만 명 미만 규모의 마을에 170억 달러(한화 2조)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된 전례가 워낙 없어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후 지역사회에도 분명 압박과 도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혜택과 기회들이 그 도전들을 훨씬 능가할 것이기 때문에 흥분되는 시간"이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 일부 주민 "살던 곳 떠날지 몰라" 걱정… 시장 "풀어야 할 숙제"

채널A가 현지 취재를 해보니, 모든 주민들이 삼성전자의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세금 걱정이 컸습니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 집값 등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덩달아 뛰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일부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라이델 시장 역시 이러한 일부 주민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바로 옆 오스틴 시에 애플, 테슬라 등 굵직한 기업들이 대거 몰리고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인근 테일러 시의 자산 가치도 삼성 유치가 결정되기 전부터 상승하고 있었다면서, "(테일러 시로 향하는) 압력은 이미 서서히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테일러 시도 인근 오스틴 시의 발전 여파로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겪어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라이델 시장은 도시가 기존 거주자들의 터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또렷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민들과 접점을 찾아나가겠다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을 포함해 시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승진 워싱턴 특파원

유승진 기자 promot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