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유세복→합동 유세…한동훈의 크레센도 전략? [런치정치]

2025-05-27 12:19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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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 또 중도층이 바로 여기 이 김문수 후보를 찍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제(26일) 오후 6시 넘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서울 도봉 유세에 깜짝 등장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와 함께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원팀'임을 강조했는데요.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 속에서 함께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 지난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23일 만입니다.

한 전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유세차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대선 경선 이후 초반엔 SNS 라이브 방송을 하며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때리기에 집중했죠.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계엄 반대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의 선 긋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하면서요. 지난 12일 김 후보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하면서 선거지원 물꼬가 트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부산에서 첫 장외 지원 유세에 나섰죠. 김문수 후보 이름이 없는 선거운동복을 입고, 후보 이름을 거론하는 대신 국민의힘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죠. 다음날(21일) 대구에선 김문수 후보 이름을 처음 호명하며 지원 강도를 높였습니다. 사흘째(22일) 강원 원주 유세에선 '후보 이름 없는 선거운동복' 논란에 "여기에 왜 김문수 이름이 없습니까? 친윤 떨거지들이 한덕수로 바꿔치기 하려고 일부러 이름 안 새겨서 나눠준 거 아닙니까?"라고 반박했습니다.

이후 주말인 그제(25일) 서울 송파에서 열린 유세에선 '김문수' 이름이 적힌 선거운동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그러다 다음날인 어제 함께 손을 맞잡는 합동 유세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겁니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유세 때 김문수 후보 이름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처음 입고 등장한 한동훈 전 대표(왼쪽). 지난 20일 부산에서 첫 지원 유세를 시작했을 땐 김 후보 이름이 없는 선거운동복을 입고, 김 후보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오른쪽) (출처 = 뉴스1)
"처음부터 '공동 유세' 했다면 효과 없었을 것"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선 "우리의 템포대로 가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른바 점진적으로 선거 지원 강도를 높여 효과를 극대화하는 크레센도(음악 용어‧점점 세게) 전략이라는 겁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자신의 리듬에 맞게 최선의 할 도리를 다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김 후보와 한 전 대표의 지지층도 다르고, 처음부터 공동 유세하고 선대위에 같이 있었다면 이 정도 바람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요.

또다른 친한계 의원은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당사자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고, 분명 (한 전 대표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도울 거면 확실하게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결집'이 되어가고 있다는 거죠.

한 전 대표가 합동 유세를 마친 뒤 어젯밤 친한계 의원들이 대거 선대위에 합류됐다는 소식도 발표됐습니다.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은 수도권 선거대책본부장, 박정훈 의원(서울 송파갑)은 서울 선거대책본부장, 삼성전자 CEO를 지낸 고동진 의원(서울 강남병)은 직능총괄본부 직능단장에, 비례대표 진종오 의원은 정책총괄본부 체육정책본부장에 임명됐습니다.

안상훈 의원(비례)은 정책특보단장을 맡았고 정성국 의원(부산 진갑)과 우재준 의원(대구 북갑)은 각각 교육특보와 법률특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26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서울 도봉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지지를 호소했다. (출처: 뉴시스)
합동 유세 하루만에 선거운동 보이콧?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 합동 유세 하루 만에 친한계에선 '선거 운동 보이콧' 조짐이 나타났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반탄(탄핵 반대) 성향'의 윤상현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조경태 선대위원장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조 위원장은 "(윤상현 의원의 선대위원장 임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임명과 마찬가지"라며 "윤 의원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즉각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진종오 의원은 SNS에 "백의종군하겠다"며 선대위 보직을 맡지 않고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도 SNS에 윤 위원장 임명을 언급하며 "또 거꾸로 간다. 힘 빠진다"고 가세했습니다.

사전투표 첫날 광주에서 투표

이런 논란 속에서, 한 전 대표는 사전 투표가 시작되는 모레(29일) 오전 9시 반 호남 광주를 찾아 투표를 할 예정입니다. 사전투표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고 호남 민심을 얻으며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단 취지라고 하는데요.

공동 유세 하루 만에 다시 삐걱대는 모양새지만 한 전 대표의 예정된 일정은 변경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전 대표, 광주에선 또 어떤 정치적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될까요.



최승연 기자 suung@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