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회동에도 장동혁에 ‘공개 쓴 소리’ 없는 속내는? [런치정치]

2025-11-21 12:10   정치

 사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중진 오찬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출처 : 뉴스1)

"지금은 밖으로 나오게는 쓴 소리 하지 말자."

그제(1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한 한 중진 의원의 말입니다. 장 대표는 이날 중진 의원들과 오찬에 이어 어제(20일)는 3선, 재선 그룹과 각각 오찬과 면담을 하는 등 원내 스킨십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잇단 선수별 회동에서 의외로 장 대표를 향한 '공개 쓴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최근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 등 누적된 논란에 이어 지지율 정체까지 겹치면서 언론의 비판 세례를 받는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입니다. 왜일까요.

중진 회동에서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와 호남 방문, 그리고 '우리가 황교안' 발언 취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진 의원들은 "광주에 가서 잘 당하고 왔다"고 장 대표를 격려했다고 합니다. 또 지지층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당 여론조사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찾고, 당원들을 위해 대장동 사건 판결문을 교육 자료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 정도를 했다고 합니다. 3선 회동에서도 장 대표를 향한 날 선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선그룹과 만남에선 장 대표 입장에서 불편할 만한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가 식사를 제안한 중진·3선 의원들과 달리 전체 재선도 아닌 특정 공부 모임 재선들이 먼저 장 대표에게 면담 요청을 한 건, "할 말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러나 참석자들은 일제히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며 대화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한 참석자는 "12월 3일 계엄 1주년까지는 조심해야 한다"며 "대화 내용이 나가면 우리 당에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그러면 또 분란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가 당내 여러 의견을 종합해야하는 어려운 처지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할 말은 많지만 대외적으로는 수위 조절을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당이 위기 상황인만큼, 여기서 내분까지 터지면 끝장"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사진: 지난 19일 장동혁 대표와 오찬을 가진 중진 의원들. 왼쪽 첫번째 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 대표, 권영세, 이헌승, 윤영석, 한기호, 김상훈, 김도읍, 안철수, 김태호, 조배숙, 박덕흠, 나경원 의원. (출처 : 뉴시스)

당내 갈등 트라우마 작용

여기에 한동훈 지도부 당시 불거진 당정‧당내 갈등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도 한몫 합니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의 말이 다르고,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발언 뉘앙스가 달라 모든 이슈가 내분으로 덮였다는 게 아직까지도 당 주류의 시각입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이같은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이후 당내 비판은 철저히 자제하며 정부·여당을 향해서만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당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겠죠.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 뿐만 아니라 송언석 원내지도부의 대여 협상 방식에도 불만이 많지만 다들 참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동혁 지도부가 흔들리면 대안이 없다는 인식도 깔려있습니다. 일각에선 연말까지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면,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들과 장동혁 '비토(거부)' 세력이 연대해 지도부를 끌어내릴 것이란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아직까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당의 한 인사는 "보수에 이제 비대위원장으로 모실 사람도 없다"며 "대안 없이 무작정 흔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지도부를 향한 공개 쓴 소리가 나오는 건 그러나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과 소장파 의원 일부는 이미 방송과 SNS에서 공개 비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 의원은 "허니문 기간은 끝"이라며 "반짝하던 장동혁 스타 탄생의 시간은 끝난 거고, 이제 냉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당원이 자신의 생존권을 걸고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당 지지율이 안 올라가거나 지도부가 헛발질해서 오히려 떨어질 경우 굉장히 차갑게 돌아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12월 3일이 전환점 될까

장 대표는 최근 의원들에게 "당 지지율과 지방 선거 승리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는 게 바로 제가 아니겠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면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단순히 입장을 표명한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고, 우리가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전향적으로 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고 합니다. 12월 3일은 계엄 1주년이자 장 대표의 취임 100일입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