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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법한 증거로 수사 땐 자백해도 유죄 근거 안돼”
2025-12-25 09:18 사회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가 시작됐다면 법정에서 피고인이 혐의를 자백하더라도 유죄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 씨 등 4명의 상고심에서 이런 취지로 원심의 유죄 취지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2019년 11월 환경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장 씨 등이 금속업계 모 대기업 등이 의뢰한 대기 측정 분석 결과를 조작했다며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며 압수한 장 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다 대화 녹음 파일 70여 건을 발견했습니다.
환경 분야 모 컨설팅업체 임원이던 장 씨가 한 지방자치단체 담당 과장인 이모 씨, 환경부 산하 평가기관 부서장 김모 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이 담긴 대화였습니다.
법원은 특사경에 영장을 발부하며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 관련 전자정보'로 압수 대상물을 제한한 상태였지만, 특사경은 이 자료를 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보관하다가 1년 5개월이 지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환경부로부터 문제의 파일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를 단서로 장 씨 등 피의자 6명을 특정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장 씨 등 피의자 모두를 상대로 문제의 장 씨 휴대전화 속 대화 녹취록과 메시지 기록을 제시하며 진술을 확보하고 같은 해 9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에서 특사경이 수집한 녹음 파일 속 대화의 당사자인 장 씨와 김 씨 등은 뇌물 혐의를 모두 자백했습니다. 다른 당사자인 이 씨도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함께 재판을 받게 된 평가기관 관계자 이모 씨는 특사경이 법적 절차를 어기고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한 만큼 죄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다퉜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여 특사경이 위법하게 1차 증거를 수집했고 '독수독과 이론'에 따라 검찰의 피의자 진술조서 등 일부 2차 증거도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혐의를 자백하거나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피고인들의 법정 진술은 위법한 압수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변호인의 조력 하에 이뤄졌다며 독립된 증거로 인정하고 장 씨 등 5명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더 나아가 장 씨의 2심 진술과 문제가 된 1차 증거를 직접 제시 받지 않은 증인의 1심 법정 진술도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장 씨 등 4명의 상고를 받아 심리한 후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위법한) 1차적 증거를 제시 받거나 이를 전제로 신문을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법정 진술도 적어도 1차적 증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2심에서 증거로 인정된 증인 진술을 두고 "이 사건 전자정보(1차 증거)가 없었다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 전자정보 등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전제로 신문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홍성규 기자 ho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