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기자]김범석, 왜 지금에서야 사과?

2025-12-28 19:04   사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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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는기자, 사회부 배두헌 기자 나왔습니다.

Q1. 김범석 쿠팡 의장의 사과. 왜 오늘 나온 겁니까?

30일로 예정된 청문회 전에,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 의장이 사과를 하면 격앙된 여론도 잦아들거라고 본거죠.

실제 쿠팡 내부에선 여러 경로를 통해 쿠팡의 실질적 오너인 김 의장이 어떤 식으로든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의장의 사과가 늦어지면서 쿠팡은 '사면초가'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셀프 조사 결과 발표에 범정부TF가 유감을 표명했고, 여당은 연석 청문회까지 예고했죠.

고객은 이탈하고,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Q2. 정부 여당의 강경한 태도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영향이 있었을 걸로 보입니다.

정부에서는 지금 전방위적으로 쿠팡을 조사하고 있잖아요.

국내 영업정지니 김 의장 입국 금지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요. 

정부와의 강대강 충돌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차원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Q3. 근데 사과를 말이 아닌 글로 했어요? 김 의장이 직접 쓰긴 한 건가요?

쿠팡 측은 '따로 누가 작성을 했는지는 알 수 없고, 알더라도 밝힐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과문, A4 용지 한 장 조금 넘는 분량인데 글로만 냈습니다.  

형식부터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는데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취재진 불러서 하는 대국민 기자회견 방식도 아니었고, 사과 영상 공개도 없었습니다.

Q4. 사과문에 새로운 내용은 좀 있습니까?

김 의장 명의라는 것, 사과가 늦은 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설명 외에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수준입니다. 

'유출된 고객 정보가 3천 건으로 제한됐다' 같은 우리 경찰에 확인되지 않은 셀프조사 결과나, '정부와 전면 협력했다' 같은 쿠팡에 유리한 주장이 반복됐고요.

피해 보상안은 구체적 내용 없이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논란 불거진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었습니다. 

Q5. 사과도 전략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맞습니다.

셀프 조사 결과 전격 발표하고,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하고,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는 수순으로 사태 수습하려는 치밀한 전략이란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쿠팡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지만, 법적으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죠. 

'우린 할 거 다 했는데' 한국 정부, 정치권이 지나치게 때리고 옥죄는 것 아니냐. 이런 방어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의심어린 시선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Q6. 대형 로펌 출신들도 쿠팡 수뇌부에 있다면서요. 법적인 것까지 고려한 대응이겠죠?

저희가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나, 미국의 글로벌 메가 로펌 '시들리' 출신들 쿠팡 수뇌부 곳곳에 포진해있는 걸로 전해지죠.

현 쿠팡 임시 대표인 로저스 대표도 시들리 출신이고요. 

피해자 집단소송이나 주주 소송 등 각종 법률 리스크를 염두에 둔 법적 조언에 따라 김 의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Q7. 그럼 국회 청문회 불출석도 전략적 판단일까요?

네,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모레부터 이틀간 과방위와 정무위 국토위 등 국회 6개 상임위가 함께 하는 대규모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데요. 

김 의장을 향한 십자 포화, 쉽게 예상되잖아요.

법적으로 미국 기업이고 본인도 미국 국적이란 방어막이 있는데, 굳이 성토장에 불려나가 얻을 게 있겠느냐는 판단 깔린 걸로 보입니다.

과연 미국 국회 청문회였으면 어땠을까, 의문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Q8. 어찌됐든 김 의장이 사과했고, 곧 보상책도 내놓는다고 하잖아요. 과연 이걸로 수습이 될까요?

오늘 서면 사과, 국민적 공분 가라앉히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사태 이후 쿠팡 관계자들에게 정말 많이 쏟아진 조언이 '김범석 의장이 직접 나서 결자해지 하라'였다고 하는데요.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이고, 국회나 언론의 질의도 받으며 보다 더 진정성있는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아는기자 사회부 배두헌 기자였습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