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5 11:12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 이른바 '123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양국이 앞으로 2년간 공동연구를 거쳐 상업적 타당성을 입증한다면, 사우디는 자국에 매장된 우라늄을 채굴해 직접 농축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번 협정은 한미가 추진하는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오랜 기간 미국과 우라늄 농축 권리를 놓고 협상해 왔는데, 아직 원전도 없는 사우디가 잠재적 농축 권한을 확보한 건 이중잣대"라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스1)
"미국 바뀌었다는 신호"…한미 원자력 협상 힌트 될까?
미국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길을 터준 건 '이란 견제' 목적과 연결된단 분석이 나옵니다. 사우디 원전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죠. 그간 미국은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우라늄 농축, 재처리를 철저히 금지해 왔습니다. 핵 보유국 외엔 일본 정도가 예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번 협정은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면 '핵 비확산' 기조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인해 준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사우디에 인정한 '전략적 예외'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 온 '동맹국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대미투자 분야에서 가시적인 움직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유지훈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이제 핵 비확산과 전략적 이익이라는 두 개의 추를 놓고 따져보는 나라가 됐다"면서 "원자력 협정에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인 만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달 2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안보 분야 후속조치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사우디 사례, 한미 협상에 실질 도움 안 될 수도
동시에 이번 '사우디 사례'가 한미 원자력 협정에 있어 마냥 좋은 선례만은 아닐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사우디가 당장은 농축 권한을 부여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우디에 농축 시설을 짓더라도 미국이 모든 작업을 진행하는 '블랙박스'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이번 협정 시행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내건 점도 변수입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협상 체결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 물질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혼선도 생기고 있습니다.
미-사우디 협정으로 국제사회에서 핵 확산 우려가 커진 점 또한 우리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협상을 주도하는 외교부의 한 당국자, "미국과 사우디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 참고서가 하나 생길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2차 협상은 언제?
한미 원자력 2차 협상은 당초 이번 달 이뤄질 걸로 예상됐으나 사실상 다음 달이 지나서야 성사될 전망입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일차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협정 자체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대해볼 것은 우리 정부가 다음 달 말 첫 대미투자 프로젝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단 점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미 투자 집행과 2차 원자력 협상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어느 것이 선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