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8 13:47 스포츠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생. 손기정 기념재단 제공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지 9일로 90주년을 맞습니다.
손기정 선생은 19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29분 19초2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습니다. 당시 일제강점기여서 일본 대표로 출전해야 했지만, 그의 우승은 식민지 조선에 큰 자긍심과 희망을 안겼습니다.
손기정 기념재단(이사장 김성태)은 우승 9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손기정 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전 ‘달리기 너머의 여정’을 열어 손기정 선생의 우승이 민족적 자긍심 고취와 대한민국의 성장으로 이어진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손기정 선수 소개에서 국적과 이름, 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단에 따르면 IOC는 손기정 선생이 한국인이며 당시 일본 국적으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첫 화면에는 여전히 일본 국적과 ‘KITEI SON’이 표시되고 있습니다. 재단은 대한민국 국적과 ‘SON KEE CHUNG’ 표기를 요청하는 서명을 11월 말까지 받아 IOC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재단 사무총장도 90주년 사업을 준비하며 “손기정의 나라를 잃은 아픔을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기록의 국적 칸 하나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가 왜 일본 이름과 국기를 달고 뛰어야 했는지를 올림픽 역사에 온전히 남기자는 뜻입니다.
11월 15일에는 임진각 민통선 코스에서 제22회 손기정 평화마라톤대회가 열립니다. 풀코스와 하프 코스, 10㎞, 6㎞ 슬로우런 등 4개 부문에 1만5000명을 모집하며 참가 신청은 우승 90주년 당일인 8월 9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합니다. 김성태 재단 이사장은 “이번 대회는 평화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마라토너 손기정 선생을 기억하며 함께 달리는 대회를 넘어 남북 평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 확산에 이바지하는 장으로서 참가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손기정 기념재단 제공
손기정 체육공원을 러닝센터와 러닝 코스를 갖춘 ‘러닝 성지’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됩니다. 손기정 선생이 다녔던 양정고보 옛 교정인 이곳에 그의 도전과 승리의 의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손기정 기념재단 강사로도 활동하는 장원재 성남FC 대표(스포츠 평론가)는 “식민지 시대 우리 사회에 깔려 있던 열등감과 열패감을 깨뜨리고 ‘우리도 세계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증명한 영웅”이라며 손기정 선생을 “민족의 등대”라고 평가했습니다.
손기정 선생은 성남시(시장 신상진)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생애 후반 상당 기간 성남에서 생활했으며, 외환위기 당시에는 성남 자택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공익광고를 촬영했습니다. 장원재 대표에 따르면 손기정 선생은 이 광고에 출연하면서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성남시도 올해 손기정 선생의 위업을 기리는 별도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손기정 선생의 우승 일인 8월 9일은 한국 마라톤 사에서도 뜻깊은 날입니다. 정확히 56년 뒤인 1992년 같은 날 황영조가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태극기를 달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90년 전 베를린에서 시작된 손기정 선생의 도전과 희망의 정신은 기념 사업과 후대의 기억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