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운데)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024년 9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오른쪽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뉴시스
이임생 전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2년만에 바꿨습니다.
이 전 이사는 지난 2024년 7월 "회장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절차상 문제없이 감독 결정은 스스로 투명하게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홍감독을 뽑은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시였다고 돌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송에 소송관계인으로 참여하겠다는 소송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앞서 문체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해 김정배 부회장, 이 전 이사에게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 전 이사의 주도로 홍 전 감독을 선임한 과정에 대해선 "권한이 없는 자의 불공정·불투명한 추천으로 이뤄진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이사는 자신이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 참가서를 제출했습니다.
소송 참가 신청서에 홍 전 감독과의 면담 때 지참했던 수첩 메모를 담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첩에는 '2024년 7월 5일 오후 11시, 분당'이라는 면담 일시·장소로 시작하는 해당 필기에는 홍명보의 지도자 경력과 전술 스타일이 단어 중심으로 짤막하게 담겼습니다.
이 전 이사는 2024년 6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됐습니다.
당시 정 전 위원장은 최종 후보를 홍명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3명으로 추린 뒤 1순위로 홍 전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정 전 회장이 2~3순위 후보까지 3명 모두 만나고 추천하라고 했습니다.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한 정 전 위원장이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물러났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 채로 이 전 이사에게 감독 선임 전권이 넘어갔습니다.
이후 이 전 이사가 유럽으로 날아가 포옛, 바그너와 면담했고, 귀국 후 최영일 부회장의 도움으로 성사된 '빵집 회동'을 통해 홍 전 감독으로부터 수락을 받아냈습니다.
당시 이 전 이사는 "최종 후보 세 후보자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난 혼자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은 이랬지만, 국회 청문회까지 불출석하던 이 전 이사가 돌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그는 정 전 회장의 지시대로 후보자 3명을 모두 만나 누구와도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는 것입니다.
면담을 거부해 온 홍 전 감독을 밤늦게 자택 앞에서 만난 것도 그 때문이고, 승낙을 얻은 뒤에는 정 전 회장이 최우선 협상 대상인 홍 전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체부는 권한이 없는 이 전 이사가 홍 전 감독을 추천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이 전 이사는 그런 임의적 행위를 한 게 아니라 수뇌부의 지시를 수행한 것이라고 부인했습니다.
감독 최종 후보 3명과 면담을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곧바로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게 자기의 역할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전 이사는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승옥 기자 touch@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