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반대하는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장동혁은 왜? [런치정치]

2026-08-23 12:06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 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당협위원장 직선제' 이슈를 띄웠습니다. 전국 254개 당협위원장을 책임당원이 직접 선출한다는 겁니다.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대외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역 의원들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반장(반장동혁) 여론이 확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내 사퇴 여론이 다소 소강 상태에 들어갔던 시점. 장 대표는 왜 굳이 논란을 만드는 걸까요. 일각의 비판처럼 친한(한동훈)계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고 그 자리를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걸까요. 짠물 당심을 얻는 대신 의원 대다수가 등을 돌려 다시 리더십이 강하게 흔들리는 계기가 될까요.

대외 명분은 "싸우는 정당 만들겠다"

장 대표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당원 중심', 그리고 '싸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당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뽑게 해 당원 권리를 직접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원외는 물론 현역 의원들도 당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당성(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권파는 ‘명분은 장 대표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 대표 측은 "'밥 그릇 지키려는 현역 vs 당원 손으로 싸우는 당협위원장 뽑자는 장동혁' 구도"라며 "사퇴론이 불더라도 무작정 사퇴하라는 게 아니라, 명분 싸움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정희용 사무총장 등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장 대표 측근들 사이에선 오히려 장 대표가 권한을 내려놓으면서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존 체제에선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자기 사람을 당협위원장으로 꽂을 수 있는데, 당원 투표로는 장 대표가 손 대는 부분이 적어진다는 겁니다. 한 당권파 인사는 "전선만 넓히고 실리는 세모"라고 했습니다. 지역구를 관리해온 친한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경우 재선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반론은 있습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조강특위로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지역은 현역이 없는, 당 열세 지역인 사고 당협뿐이라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당내에선 장 대표가 당무 감사를 통해 하위 평가를 받는 당협위원장을 대거 물갈이할 것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내부 분란만" "헛힘 써야하나" 불만 고조

의원들이 당협위원장 직선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부 분란'으로 요약됩니다. 특히 6·3 지방선거 공천에 탈락했거나 본선에 패배한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출마할 경우 지역 조직이 쪼개진다고 의원들은 보고 있습니다.

당협위원장은 조직을 관리하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해당 지역구 후보로 공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는 현역 의원(지역 조직위원장)이 임명하는 운영위에서 당협위원장을 선출합니다. 현역 의원이 재선출되는 구조인 겁니다.

한 구주류 의원은 "당이 하나로 뭉쳐 대여투쟁을 해야할 때, 내부 분열만 계속해서 노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엉뚱한 사람과 경쟁하느라 헛힘을 쏟아야 하냐는 것"이라며 "의원들은 이해관계에 직결돼있기 때문에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 40여명은 반대 총의를 사실상 모아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전달했습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의동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국민의힘 열세 지역에선 당원들이 뽑은 당협위원장으로 총선 본선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갑 지역구인 초선 김재섭 의원은 지난 2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제 다시는 '제 2의 김재섭'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과 거리를 둬서 민심과 가까워지는 전략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초선 의원은 "반대하는 의원들도 제각각 결이 다 다르다"며 "본인 경쟁자가 있어서 기분 안 좋은 분, 아니면 지역에서 정말 인기 없는 영남 지역 의원들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고 했습니다. 한 당권파는 "현역은 결국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게 싫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원투표로 선출된 '힘 있는 당협위원장'…리더십 강화 전략

의원들 사이에선 장 대표가 본인 사람을 더 '명분 있게' 세워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자기 사람을 인위적으로 '내려 꽂는' 것보다, 당원 투표로 '힘 있는 당협위원장'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한 다선 의원은 "장동혁 사람을 당협위원장 시킨다고 하면 그건 '사상누각'"이라며 "그런데 당원 투표로 뽑힌 당협위원장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뿌리깊은 나무는 흔들릴 수가 없다"며 "당 대표가 바뀌더라도 당협위원장을 건드리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협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당원 포섭에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당내에선 현재 원외인 양향자, 김재원, 김민수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 재선출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장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가운데는 박충권, 김장겸, 김민전, 강선영 의원 등이 비례 의원입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보수 재건을 위해 열심히 싸운 사람들이 현역 자리를 뺏는다면 그게 바로 당의 체질 개선"이라고 했습니다.

당협위원장 선거가 장동혁-한동훈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부 친한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원외 당권파 인사가 나가는 경우 그 자체로 이슈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의원은 "박정훈, 배현진 의원 지역구인 송파갑을과 강남병(고동진) 지역구에 도전한다는 사람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시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 뉴스1)

내일 최고위 의결 전망…28일은 의원 연찬회

1년 전 전당대회에서 "싸우지 않는 자, 뱃지를 떼라"는 구호를 걸고 당선된 장 대표. 징계 다음으로는 당협위원장 직선제라는 방식으로 싸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장 대표 측은 "당원 중심 정당을 구현하겠다는 공약을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명분을 쥐고 판을 흔들어,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내일(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협위원장 직선제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원들 반감이 큰 건 분명한 부담입니다. 그동안 '장동혁 대안도 마땅히 없다'는 이유로 지도부를 관망하던 구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편함이 감지됩니다. 한 의원은 "당 대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한 야권 인사는 "급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세밀한 실무 작업과 이를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역 당협위원장 자리를 유지한채 선거를 치르게 해 공백 불안정성을 없애고, 자격 미달 후보자는 원천 배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오는 28일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가 열립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