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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폐지 더 못 받아요” 수거 대란 조짐
2022-11-06 19:59 사회

[앵커]
길 가다 보면 이런 어르신들을 보게 됩니다.

리어카에 폐지가 산처럼 쌓여 있죠.

왜 도로를 막냐 신경질 내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고단한 노년의 무게에, 안타까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마저도 최근엔 폐지값이 곤두박질치면서 종일 일해 만 원 받던 걸 3천 원밖에 못 받습니다.

가난한 노인들조차 폐지를 줍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현장 카메라 백승우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용인시에 있는 폐지 압축장입니다.

지금 제 주위로 제 키보다 큰 사각형 모양의 폐지 덩어리 수십 개가 쌓여 있는데요.

평소였으면 재활용됐을 폐지들이 수십 일 동안 방치돼 있는 건데, 왜 방치되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5배는 더 무거운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들어오는 80대 할아버지.

매일 6시간씩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열흘 동안 모은 겁니다.

취재기자가 온 힘을 다해 끌어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현장음]
"우와… 잠시만."

300kg이 넘는 양이지만, 받는 돈은 1만 5천 원이 안 됩니다.

[현장음]
"365kg. (kg당) 40원씩. 1만4600원이요. "

[정수갑/ 폐지 줍는 할아버지]
"싸요. 싸서 기분이 안 좋죠.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데 다만 10원이라도 보태서 쓰니까 하는 거예요."

새벽 5시부터 손수레를 끌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70대 할머니.

종량제 봉투와 함께 집 앞에 버려진 종이와 박스를 놓치지 않습니다.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반나절 동안 모은 폐지입니다.

무게는 보시는 것처럼 35kg인데요.

올해 초까지만해도 이 폐지를 팔면 3900원이었는데 불과 10개월만에 12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김모 씨 / 폐지 줍는 할머니]
"(전에) 하루에 1만 원은 벌 수 있는데 지금은 잘 벌어야 3천 원 아니면 4천 원."

한 때 1kg에 130원까지 하던 폐지 가격이 3분의 1 토막이 난 건 세계적인 경기 불황 때문입니다.

폐지로 종이 박스를 만들어 상당 부분 수출하는데 이 수요가 줄어든 겁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대량의 재활용 폐지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한 트럭 가득 수거해 폐지 압축장으로 실어나르지만, 못 받겠다며 퇴짜를 맞았습니다.

[현장음]
"사장님, 죄송한데 지금 저희가 물건을 못 받아요. (왜요?) 지금 보시다시피 내릴 데가 없어요. "

압축장은 이미 트럭이 이동하는 공간만 빼고 폐지 묶음으로 꽉 차 있습니다.

1톤짜리 폐지 묶음 2400여 개가 갈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원우/ 폐지 압축공장 관계자]
"목요일하고 토요일은 (폐지) 안 받고 있어요. 땅을 늘릴 수도 없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막힌 겁니다."

전국 폐지 압축장의 재고량은 지난달 5만 8000톤으로 1년 새 35%나 증가했습니다.

남아도는 폐지 부담에 쓰레기 대란 우려까지 나옵니다.

[백승우 / 아파트 종이수거업체 대표]
"압축장마다 파지가 넘쳐나서 정상적으로 예전처럼 파지를 납품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이라고 보셔야 할 것 같아요."

환경부는 전국 6개 공공 비축 시설에 9개월 간 폐지 1만 9000톤을 쌓아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자체는 정작 손을 놓고 있습니다.

애써 분리수거 해봐야 아무도 찾지 않는 폐지.

노인들에겐 생계의 위협으로, 도심에선 처치곤란 흉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권재우
영상편집 : 이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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