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는뉴스]폭포 앞 득음…여름 계곡 판소리

2018-08-09 20:06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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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명창을 꿈꾸는 소리꾼들이 폭포수 아래에서 득음의 경지에 도전하곤 하지요.

이를 두고 산에서 하는 '산 공부'라고 합니다.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절규하는 소리꾼들의 세계를 김철웅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더하는 뉴습니다.

[기사내용]
숨이 턱 막히는 한증막  더위 속에 판소리 명창은 깊은 산 속에 터를 잡았습니다.

산에서 하는 소리 연습, 일명 '산 공부'를 하는 곳인데 2주에서 한 달 동안 합숙훈련이 이뤄집니다.

[현장음]
"얼른 일어나 문 열고. 빨리 일어나 나가야지."

아침 산책을 하면서,또 냇가에 앉아서도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김철웅 기자]
"밤새 잠겨 있던 목을 풀기 위해 소리꾼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숙소 주변 곳곳에서 판소리 곡조가 들립니다."

어린 소리꾼들도 방학을 반납한 채 맹훈련에 나섰습니다.

[장서화·김현서 / 전북 전주시]
"왜 저렇게 연습을 많이 할까 그런 생각을 해요. 아침 일찍부터. 자고 싶은데."

악보가 없는 판소리는 스승과 제자 간의 교감이 중요합니다.

처음 판소리를 접하는 기자도 정중하게 배움을 청했습니다.

[현장음]
"(한복 입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산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무슨 한복을 입고 있어요. 더워 죽겠는데.”

때론 격정적으로 감정을 발산해야 하는 판소리의 발성법이 막막합니다.

배꼽 아래, 단전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끌어올린다 생각해봐."

음의 높낮이가 커서 더 어렵습니다.

[송재영 /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소리를 냈으면 중간에 끊으면 안 돼. 한배라고 하는데 박자를 채울 때까지 끝까지 (소리를) 질러야 해."

이제는 자연에 나가 소리를 단련할 차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은 소리꾼들이 선호하는 곳입니다.

[천지인 ]
"폭포 소리보다 제가 더 소리를 크게 내서 목을 단련시키고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수련을 하거든요."

진정한 소리꾼에게 산 공부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관문.

[양가람 / 단국대학교 국악과]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되는데, 산에 들어오면 소리에 집중할 수 있고 하루 종일 소리만 할 수 있어서 실력도 많이 느는 것 같아요."

노랫말에 어우러진 몸짓이 더해지면 판소리 형식이 갖춰집니다.

판소리엔 우리의 고유 정서인 '한'이 서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절제될 때 더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송재영 /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판소리 구성 자체가 한스러움을 표현하는 거거든요. 오히려 그것을 판소리 음악으로 절제하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진정한 명창이라고 생각하고."

채널A 뉴스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연출 : 윤순용 홍주형
그래픽 : 권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