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난영, 당 공식행사 첫 등판…국힘이 ‘후보 배우자’ 연일 띄우는 까닭은 [런치정치]

2025-05-21 12:22   정치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김문수 후보는 남편으로서) 90~95점. 집안일은 당연히 너무나 잘 도와주세요." (그제, '뉴스A' 인터뷰)

대선을 13일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의 활동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등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는 것은 물론, 오늘(21일) 오후 4시에는 국민의힘 여성본부가 주최하는 당 공식 행사에 첫 등판하죠.

김 후보는 1978년 구로공단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었던 설 씨와 처음 만났죠. 1981년 서울 봉천동 한 교회에서 웨딩드레스도 입지 못한 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이 위장 시위인 줄 알고 경찰이 전투경찰 버스 4대를 보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1981년 김문수 후보 부부는 서울 봉천동 한 교회에서 웨딩드레스도 입지 못한 채 결혼식을 올렸다.
국민의힘에선 설난영 씨의 검소한 삶, 겸손한 언변, 사회적 약자를 찾는 행보가 표심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20일) 설난영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TV토론 생중계까지 제안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요. 후보 배우자 토론회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무한 일이죠.

민주당과 개혁신당이 일제히 비판하면서 '후보 배우자 TV토론'은 없던 일이 됐지만, 국민의힘은 설난영 씨를 계속 대선 레이스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구상입니다. 국민의힘의 속내는 뭘까요.

"김혜경 씨와 대립각 세우려는 의도"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가 그제(19일) 채널A '뉴스A'와 인터뷰를 했다.
먼저,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김혜경 씨는 지난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 받았죠. 이 후보 경기지사 재임 시절 법인카드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입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설난영 씨에 대해 "털어도 털어도 나올 게 없는 사람"이라며 "법적, 도덕적 잣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배우자 이슈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에 대한 고민도 담겼습니다. 김 후보는 최근 모든 유세현장에서 이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쉼 없이 펼치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데요. 한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하더라고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공세가 더 이상 큰 유효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초점을 맞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일까요. 설난영 씨는 그제(19일) 채널A '뉴스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때 공무원하고 약간 다른지 모르겠지만 절대 그런 게 용납이 안 된다"고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정면 겨냥했죠.

"'미스 가락시장' 발언에 쓴소리…논란 진화에 도움"

 어제(20일) 서울 진관사를 방문한 설난영 씨. (국민의힘 제공)
설난영 씨가 김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미스 가락시장"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죠.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해당 지역구 의원인 배현진 의원을 언급하며 "배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이렇게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하나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한 게 문제가 된 건데요. 더불어민주당은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여성관"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에 설난영 씨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뉴스A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한 소리했다"고 밝힌 건데요. "미스 코리아니 미스 가락이니 이런 건 별로 우리 젊은 세대들 아주 싫어한다"면서 "절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쓴소리 했다는 거죠. 대선 후보에게 민심을 전하는 야당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호남 출신인 설난영 씨는 경북 영천 출신 김 후보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했죠. 당일 있을 TV토론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공식 이유였지만, 광주 시민들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김 후보 대신 설난영 씨가 5.18 당일 광주에 있는 절과 교회를 찾았습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하더라고요. "설난영 여사가 어디를 다니기만 해도 표가 된다"며 "때론 후보보다도 더 낫다"고요. "설난영 씨의 쓴소리에 가락시장 논란도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배우자 TV 토론 제안, 김건희 리스크 부각 우려"

다만, 국민의힘이 후보 배우자 TV토론을 제안한 게 무리수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미혼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아무 말 대잔치하면서 선거에 이기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했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어차피 이재명 후보가 수락하지 않을 제안인 데다가 이를 계기로 김건희 여사만 대선판에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경쟁 후보 배우자 리스크를 공략하려다가 되레 지난 정권 여사 리스크만 부각될 수 있다는 거죠. 반면, 김재원 국민의힘 대선 후보 비서실장은 오늘 채널A '정치시그널'에 나와 배우자 토론회를 거절한 민주당을 향해 "'숨는 자가 범인'이라는 과거 언사를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승 토론회에서 '별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아내를 만난 것보다 더 큰 별의 순간은 없다"고요. 설난영 씨가 남은 대선 기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조민기 기자minki@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