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호통위? 기강잡기 논란에도 줄줄이 ‘업무보고 퇴짜’ 이유는 [런치정치]

2025-06-23 12:10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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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한 지 오늘로 딱 일주일입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새 정부의 국정운영방향과 국정과제를 신속히 수립하겠다"며 '월화수목금금금'을 강조했던 만큼, 쉴 틈 없이 지나간 일주일이었는데요. 업무보고 기관을 향한 호통과 질타로 채워진 일주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국정호통위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죠.

부처 업무 보고 첫날인 지난 18일 이한주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보고 직후 "공약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진다"고 질타했죠. 둘째날에는 조승래 대변인이 "내용이 없고 구태의연하다. 매우 실망스럽다"며 일부 부처에 대해 다시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급기야 3일차인 지난 금요일(20일)에는 검찰·방통위·해수부 3개 부처의 업무보고가 중단됐죠.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어제(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보고서 양 부족" "기강 해이" "반성 없어" 

일주일간 옆에서 지켜보니, 업무 보고에 분노한 이유는 위원들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일단은 보고서 양이 너무 부족했다. 성의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6개월 동안 공직 기강이 너무 해이해졌다"고 했습니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자기 반성이 부족하다"고 분개한 위원도 있습니다.

국정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뭘까요. 정권이 바뀌었으니 각 부처와 협의를 통해 새로운 정부의 국정 철학과 공약을 숙지시키고, 향후 5년간의 국정 과제를 설정하는 일이죠. 그래서 국정위가 부처별로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는데, 각 부처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되니까요.

국정위의 질타를 받았던 기관들의 공통점, 전 정부에서 민주당과 갈등이 심했던 곳이죠. 업무보고 중단 사태까지 빚었던 검찰과 방통위의 수장은 각각 심우정 총장과 이진숙 위원장으로 민주당과 각을 세워왔습니다. 국정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기소권 분리' 등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에도 불구하고 되려 '검찰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고해 업무보고가 불과 30분만에 중단된 겁니다.

다만, 방통위는 다른 기관과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정권에서 반대했던 'KBS수신료 통합징수' '방송 3법 개정' 다 하겠다고 보고한 건데요. 이에 김현 위원은 "지난 정권에선 줄곧 반대 의견을 내더니 업무보고에선 찬성했는데, 이진숙 위원장은 동의한 거냐"고 질책했습니다. 지난 정권 당시 입장에 대한 해명과 반성이 먼저라는 겁니다.

"입맛에 맞게 보고해도, 안 해도 문제"

부처 공무원들은 답답할 노릇입니다. 새 정부 입맛에 맞게 업무보고를 하면 하는 대로, 아니면 안 하는 대로 호통을 쏟아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한 부처 관계자는 "유구무언"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 그제(21일) "국정기획위의 완장 찬 행태가 가관"이라고 꼬집었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대담을 갖고 힘을 실어준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도 "이한주 위원장의 완장 놀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한주 위원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갑질과 적폐몰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장관 윽박지르기 아니냐'는 지적에도 "업무 보고에 어떤 장관도 오지 않았다"며 "오셔야 질책을 할 텐데 한 분도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정위의 호통, '내부 결집용'? 

일각에선 연이은 호통이 국정위의 '내부 결집용'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한주 위원장도 대통령실 정책실장 겸임 얘기가 있다가 결국 국정위원회만 맡게 된 것이고, 국정위 인선은 출범 전날까지 대통령실이 확정해주지 않았을 정도로 힘이 빠진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세간의 평가가 있는 만큼, 존재감을 보여주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 부처 기강 잡기'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국정위의 호통이 정부와 손발을 잘 맞추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거겠죠. 결과를 지켜볼 일입니다.




이준성 기자jsl@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