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구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비대위원장 권한으로 비대위원을 임명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죠. 송언석 비대위 체제로 8월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그런데 전당대회 날짜를 정하기도 전, 원내지도부 중심으로 지도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행 단일지도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방식에서, 1등이 당 대표, 2~5등이 최고위원이 되도록 바뀝니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빅샷'들이 한꺼번에 지도부로 들어오게 되는 거죠.
송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 의견들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하는데요. 때아닌 '집단지도체제론' 부상에 당 일각에선 "친윤 주류 세력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합니다.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실현 가능성 있을까요.
집단지도체제 CG = 뉴스A 캡처
"'빅샷' 모두 들어오면 지도부 힘 실려"
집단지도체제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친윤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당 대표 선거만 메이저리그,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마이너리그다. 그래서 이게 최고위원인지 최저위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집단지도체제로 가면 당 대표급 '빅샷'들이 모두 지도부로 들어온다"고요. 그러니까 김문수 전 대선후보, 나경원‧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가나다순) 같은 굵직한 인물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회의 주재하고 당도 이끌자는 겁니다.
또다른 친윤 중진 의원도 "소수 야당으로 약체인 상황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중진 참여율을 높이면 지도부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습니다. 대여투쟁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집단지도체제 전환을 주장하는 당 관계자는 "낙선한 주자들 모두 전당대회 때만 치열하게 싸우다가 집에 가버리고 잊혀지지 않았냐"며 "당 대표에게만 이목이 쏠리니 최고위원에는 관심도 없고 무시하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집단지도체제에선 1등이 당 대표, 2등이 수석최고위원을 맡게 되니 최고위원 말을 안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요.
이 관계자는 "김용태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난 뒤 비대위나 혁신위에서 1호 안건 삼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은 밖에서 잡음이 너무 많다"며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고 각 계파의 대표급들이 들어와서 싸우더라도 안에서 싸우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친한계 원외 세력을 중심으로 원내 친윤계와 계파 갈등이 벌어졌던 상황을 겨냥한 겁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늘(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임기가 끝나면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출처 : 뉴스1)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모두 "반대", 왜?
집단지도체제는 달리 말하면 1등을 했는데도 2~5등인 최고위원들과 기꺼이 권력을 나누는 것인데요.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 여론조사 등에서) 확실한 1등이 나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단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등 유력 당권주자나 그 측근들이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집단지도체제는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에 불과하다. 계파 간 밥그릇 싸움, 진영 간 내홍, 주도권 다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좀비가 된 친윤들의 약점은 당 대표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로 해놓으면 그나마 자기들이 역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어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일각에서는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 또는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하고 음모론적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런 혼란 야기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다." -김재원 전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특히 친한동훈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친윤계의 음모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한 전 대표가 다시 전권을 쥐는 게 두려워서, 친윤 주류가 기득권 연장을 꿈꾸며 띄우는 거라고요.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딱 이야기 듣는 순간 또 뭐가 꾸며지고 있구나 하는 우려가 된다. 대표의 결정권을 무력화시키고 집단이 결정하는 구조로 바꾸겠단 건데 만에 하나 한동훈이 되는 경우가 두려운 것"(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친윤계 일각에선 "현재 당내 지형이 한동훈 전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은데,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면 친한계에게 더 좋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집단지도제체 때 대표-최고위원 충돌 잦아
2016년 1월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이 김무성 대표(왼쪽)가 지난 2012년 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입법에 당시 ‘권력자’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찬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왜 이런 발언을 해서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집단지도체제의 약점도 있습니다. '빅샷'들이 모여 있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가 어렵다는 건데요. 2016년 20대 총선 패배 전까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득표율 1위가 대표를, 2위부터는 최고위원을 맡는 집단 지도체제였습니다.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당시 비주류였던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김태호 이인제 당시 의원 등이 지도부에 입성했죠. 당시 김 대표와 2위인 서 최고위원이 회의 때마다 충돌하며 갈등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2016년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맞이했고, 집단지도체제도 종식을 고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당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느냐겠죠.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체제가 마음에 안 들고 내 선거에 유리할 테니까 바꾸고 안 되면 또 바꾸고 이래선 안 된다"며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