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또다른 시작]소아심장병동 3살 이은이의 소원 “병원 밖으로 나가고파”

2025-06-28 10:00   사회



채널A는 장기기증 연속보도, '끝 또다른 시작'을 4편으로 보도했습니다. 그 중 3살 이은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병동의 5평 남짓한 병실, 3살 이은이가 지내는 곳입니다. 김이은 양은 생후 4개월 때 심장 수축 기능이 저하돼 온몸에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후 바이러스로 심장 염증이 악화돼 더 이상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하고 '심장이식 밖에 답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은이가 장기 기증을 기다리며 병실에서 지낸지는 22개월이 넘었습니다.




이은이의 세상은 병원이 전부입니다. 이은이가 할 수 있는 건 병실 앞 복도를 걷거나 근처를 잠시 산책하는 것. 이은이 몸보다 훨씬 큰 130kg 장치가 가슴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은이는 심장 기능을 대신해주는 '바드(심장심실보조장치)'에 24시간 의지해야 합니다. 장치가 멈추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2~30분마다 충전도 해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은이 성장에 맞춰 보조장치를 교체하는 개흉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은이가 처음 '바드'를 달았을 때 일주일간 뇌경색·뇌출혈이 왔던터라 최대한 교체 수술만은 피하고 싶은 게 이은이 가족들의 바람입니다.

어머니 김은지 씨는 "이식이 안 되면 이은이가 아마 평생 병원 안에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고 제한된 삶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점, 무엇보다 가족들과 보지 못한 채 떨어져서 살아야 한다는 점들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엄마를 항상 그리워하는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김 씨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소아이식은 성인이식보다 더 대기 기간이 깁니다. 신유림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하고만 이식이 가능하다"며 "체중의 2배 정도까지만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유세웅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절대적인 기증자 수가 줄고 있어서 최근 들어 (대기) 기간이 2배 정도 늘은 것 같다"고 전합니다.

김 씨는 하루빨리 이은이에게 병원 밖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은이가 이식을 얼른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같은 엄마로서 그 공여자(기증자)가 될 아이, 아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장 이식 받으려면 10년 기다려야…" 기약 없는 기다림



말기 신부전증 환자 박기동 씨는 갑작스레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더니 이미 세뇨관이 괴사한 상태였습니다. 4년째 매주 3번, 혈액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박 씨에게 평범한 일상은 이제 꿈이 돼 버렸습니다. 신장 기능이 더 악화돼 이식을 받기 전까지 계속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하루 4시간 동안 투석을 받고 나면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박 씨는 어지럼증에 일상생활도 힘이 듭니다. 지난해에는 투석을 받다가 발생한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가 2주 만에 깨어나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갑니다. 2년 전 장기 이식 대기를 신청할 당시, 박 씨는 '10년 가까이 기다릴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박 씨의 소원은 건강을 회복해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에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 씨는 힘든 투석과정과 악화되는 몸에 점점 버틸 자신이 없어집니다. 박 씨는 "이식을 받지 않는 이상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투석을 받아야 되는데 제가 몇 년을 버틴다는 장담을 못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증 적합도 검사 단 4시간, 아시아 최고 수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검사실에는 영하 80도 보관 냉동고가 있습니다. 이식 대기자 4만 5천여 명의 혈액이 보관된 냉동고입니다. 1대에서 시작한 보관 냉동고는 대기자가 점점 늘면서 3대까지 늘어났습니다. 김소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진단검사의학의원 팀장은 "점점 더 늘려야 되는 상황"이라 전합니다.

이 검사실에서는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기증자만 나오면 대기자의 혈액과 대조해 적합한 대기자를 선별합니다. 면역반응과 기증자-대기자간 적합성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단 4시간. 다른 아시아 국가 의료진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견학 올 정도로 우수합니다. 실제로 기자가 기증원에 방문한 지난 5월에도 견학 온 태국 의료진 두 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송부터 검사까지 장기 이식 시스템 전 과정에서 한국은 선도적인 국가
"라고 감탄했습니다.

박금보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진단검사의학과의원장은 "우리나라는 장기 기증자에 비해 대기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매칭이나 검사 시행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기기증 기다리다 한해 3천 명 사망



우수한 시스템에도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대기사망자'는 늘고 있습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사망자는 지난 2020년 2천 191명에서 2022년 2천 919명으로 계속 증가하다 지난해 3천 96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만 3천 명 넘는 대기자가 기다림 속에 세상을 떠난 겁니다. 대기자는 늘어나지만 기증자는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숭고한 선택이 절실합니다.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더라도 언제든 철회가 가능합니다. 또, 생전 등록을 했더라도 뇌사 판정을 받은 후 가족 1인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할 수 없습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나 한국장기조직원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통해 할 수 있고 우편과 팩스, 이메일로도 가능합니다.

[끝 또다른 시작] 연속보도를 영상으로 보고싶다면
https://youtu.be/WLQf67QfdCs?si=mVhnkb5bT5Z9ZVsG


홍란 기자hr@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