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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손 뻗으면 옆집 ‘벽세권’…피해는 거주민 몫
2020-10-21 19:32 사회

창문 너머로 강이나 산 같은 멋진 풍경이 보이는 집,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한데요.

정 반대로, 창밖으로 옆 건물 벽만 보여, 벽세권이라는 말이 붙은 집들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도 어려웠는데요.

그 실태 취재했습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일자리가 밀집한 서울 중심가로 이동하기 쉬운 주택가입니다.

그런데 여기 여러 오피스텔이 볕이 안 들고 환기도 안 된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뭔지, 현장으로 갑니다.

[권솔 기자]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와 봤습니다. 창문 열면 바로 맞은편 건물 벽이 보입니다.

이렇게 걸려있는 빨래까지 보입니다."

옆 건물과의 거리는 1m가 조금 넘어 화장실 가림막에 손이 닿을 정도입니다.

[A 오피스텔 세입자]
"돈이 없으니까. 요즘 집값 너무 올라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집값 비싼데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이렇게 슬프게."

인근의 또다른 건물은 기계식 주차장이 원룸 창문을 가리고 있습니다.

세입자는 휴가를 다녀오니 주차장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B 오피스텔 세입자]
"창문 열어서 환기를 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크고, (남의 집) 차랑 마주해야 하고. 흉측하다? 계속 어떻게 살아야 하지?"

허가를 내준 구청은 설치 기준에 위치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고 해명합니다.

[영등포 구청 관계자]
"주차타워 관련해서요? 따로 법 조항이 없어요. 위치에 대한 규정 같은 건 없습니다."

서울 용산에서는 오피스텔 3채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에 바짝 붙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만한 좁은 공간을 두고 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허모 씨 /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 대표]
"사생활이고 뭐고 다 반영을 안 하고…불났을 때 대피장소가 어디냐는 거죠. 소방차가 앞으로 못 들어와요."

주방 창으로는 맞은편 건물 방 안이 훤히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진짜 여기(이 건물)에서 말하면 방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파트 주민]
"햇빛이 안 들어오잖아요. 이사 가려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차이 때문.

주거지역에선 건물 높이가 9m 이하면 토지 경계의 1.5m 이상,

9m가 넘으면 건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 간격을 두고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거용 건물이라도 상업지역에 지을 때는 대지 경계선에서 50cm만 띄우면 됩니다.

건축법에 관련 규정이 반영된 건 지난 2006년.

상업지역에 주거용 건물을 짓는 게 많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해운대 아파트 주민]
"문 열면 앞에 벽이 하나 있죠. 괴물이 하나 서 있잖아요. 속 터진다니까요."

지난 2017년 상업지역 내 주거용 건물의 일조권 보호를 위해 건축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건설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교언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주거난 때문에 그런 주택이 팔리는 거고요. 기본적인 욕구까지 다 무시하는 것들은 좀 과한 거예요. 잘못된 규정이라 볼 수 있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창문 하나 마음대로 못 열고 최소한의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피해는 오롯이 거주민 몫입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권솔 기자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석혜란
영상취재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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