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을 사칭해 물건을 주문하고 잠적하는 이른바 '대리 구매' 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 "서울시 공무원 사칭 피해사례를 확인을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한 달 동안 최소 9건의 사칭 사례가 확인됐다"며 공무원 사칭 피해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전체 9건 중 7건은 금전적 손실을 피했지만, 2건은 각각 3200만 원, 16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서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하는 송 모 사장은 지난주 자신을 '서울시 시설과 박○○ 주무관'이라고 사칭한 남성에게 90만 원어치의 석고보드와 합판 주문을 받았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이 남성은 송 사장에게 서울시 명함과 사업자등록증도 보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에는 대표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기재돼있었습니다.
하지만 물품을 건네받기로 한 시간에 약속장소에 나갔으나 휴대전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명함 속 내선번호로 연락하니 전혀 다른 공무원이 전화를 받았고, 그제서야 사칭범이라는 걸 인지했습니다.
송 씨는 "25년 장사하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평소 후불로 거래를 하지 않지만 명함과 증명서까지 보냈기 때문에 전혀 의심하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을 사칭해 주문을 하고, 실제 물품을 받지 않았더라도 처벌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법무법인 새별 안성열 변호사는 "시 공무원이라고 속여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주문하거나 상품을 받은 경우 최소 사기 미수에 해당한다"며 "명함과 사업자증명서까지 위조한 경우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까지 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물품 구매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재산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는 이런 사칭 사기 예방을 위해 △내선번호 확인 △발신처/공문 진위 확인 △타 거래처 대리구매 시 선입금 절대 금지 △피해 시 112 즉시 신고 등을 당부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공공기관 사칭 수법의 고도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계기관과의 공조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