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vs 반이민 충돌”…美 전문가들이 본 ‘조지아주 사태’ 해법은?

2025-09-30 20:53   국제,사회

미국 현지 시간 30일,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워싱턴 D.C.에서 제1차 한미 비자 관련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합니다.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금 사태 약 한 달 만입니다.

동맹국 시민 다수에 대한 전례 없는 대규모 구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미국 정부의 높은 비자 문턱에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9일~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가 주최한‘한미 언론 교류 프로그램’에서 만난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유치'와 '반이민' 정책의 충돌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태미 오버비 DGA 그룹 컨설턴트(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의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한미 관계 이익 상기시키길”

글로벌 자문 기업 DGA 그룹의 태미 오버비 컨설턴트는 10일 이번 사태를 “트럼프 정부의 2개 정책(반이민과 외국 투자 유치 의 우선순위가 충돌한 모습”이라고 사태를 진단했습니다. 특히 “현재 미국 시장은 ‘정상적인 시장(normal market)’이 아니”라며 “트럼프와 트럼프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트럼프는 협상을 해도 늘 더 원하는 사람”이라며 “미국이 한미관계를 통해서 얻는 이익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질적 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버비 컨설턴트는 “과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들에게는 비자 쿼터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 멕시코, 칠레, 싱가포르 등은 주어졌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한국동반자법 통과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재 김 미국 동남부 한국상공회의소 의장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 애틀랜타에서 한국 기자단에게 미국인들의 비자 문제에 대한 인식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을 두고 미국 현지사회와 소통해야”

15일(현지 시간) 애틀랜타에서 만난 재 김 미국 동남부 한국상공회의소 의장은 ‘소통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김 의장은 “B1 비자가 뭔지, ESTA가 어떤 건지 미국인들에게는 해당 되는 게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인들은 '완전한 백지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특히 (조지아주 등) 미국 동남부는 한인 커뮤니티가 이제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지 사회와의 소통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현지에 더 알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김 의장은 “기업들은 공장을 빨리 지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미국 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 기술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렸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디캘브카운티 공화당원들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 애틀랜타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났다.

■미 공화당원 "뚜껑 열어보니 미국인 고용 안하더라”

조지아주 구금 사태 저변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기류가 깔려 있습니다. 한국인 구금 사태로 이어진 신고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이자 공화당 정치 지망생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3일 조지아주 디캘브 카운티에서 만난 미 공화당원 앤 레인 씨는 현지인들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여과없이 표출했습니다. 레인 씨는“현대자동차와-LG에너지솔루션 공장을 유치할 때 정치인들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인을 고용하는 대신 한국에서 사람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공장을 건설해 ‘원래 약속과는 다른 것 아닌가’생각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공화당원 레기 홀 씨도 “다른 나라에서 일하려면 그 나라 법을 따라야 한다”며 “이것은 내가 K-POP과 한국인,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 구금 사태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불법 케이스는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일부 열혈 마가 지지자의 생각이라고 치부해선 사태 해결이 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한 미국 언론인은 “8년 전만 해도 공화당 내에서 마가(MAGA) 지지층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미국 우선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미국, 최소한 공화당 안에서는 주류 세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주은 기자 grace@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