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찰 가도 증거 없던데”…與도 ‘백해룡’ 우려 [런치정치]

2025-10-18 12:00   정치

 수사와 관련해 갈등하고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왼쪽)과 백해룡 경정. (출처 : 뉴스1)

"임은정 검사장과 백해룡 경정을 믿는다."(김병주 최고위원)
"백 경정은 (내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파견한 것은 잘됐다."(박지원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이재명 대통령이 백해룡 경정을 콕 집어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에 넣으라한 다음날(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죠. 의혹 폭로자인 백 경정과 수사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힘 합쳐 "잘 파헤쳐보라"고 응원한 겁니다.

하지만 더이상 여당에서 공개 응원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죠. 백 경정이 "합동수사팀은 불법단체"라 직격하고, 임은정 지검장이 "고발인(백 경정)의 셀프 수사는 안 된다"고 하면서 수사는 꼬여가는 상황인데요. 민주당은 백 경정의 행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與 내부에서도 "백 경정 조심해야"

 백해룡 경정이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백 경정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외압으로 '세관 마약 수사' 제대로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죠.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해 8월 이 의혹을 규명하게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관련 청문회까지 열었습니다. 당시 백 경정이 외압 주체로 지목한 인사들이 나왔지만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했죠.

한 여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안위에서 지난해 10월 인천공항 현장시찰까지 나갔지만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된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고요. 또 다른 여당 의원도 "백 경정 혼자서만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행안위 소속 여당 관계자들, "행안위 내부에서 '백해룡 경정 조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백 경정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발령 첫날(15일)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던 백 경정은 다음날(16일) 출근하면서 "명예퇴직 생각도 한다"고 했죠. 자신을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려야 하는데, 외압 의혹과 관련된 검찰이 꾸린 합동수사팀은 '불법단체'라면서요.

여당 의원들은 "백 경정 본인이 수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니 '그럼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취지로 대통령이 기회를 준 것일 텐데 불만만 쏟아내니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직자, 결과로 국민에 말해야"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이 없다곤 했지만 내부적으론 불쾌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대통령의 직접 수사 지시는 위법'이라는 논란과 "셀프 수사"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는데, 시작부터 기존 수사팀과 싸우고 있으니까요. 수사팀의 잡음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죠.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기강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직자는 권한 행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과로 국민에게 말하는 건데, 뭐 그리 말이 많나"라고요. 사실상 백 경정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직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권한 밖의 말만 하는 건 공직기강의 문제"라고 경고했는데요.

'진실을 밝히라'는 지시에도 수사팀은 불협화음을 내면서 여권에서도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한숨이 나옵니다.



구자준 기자 jajoonneam@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