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남) 세계전쟁부터 한국전쟁까지..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문명의 반복이라 할 만큼
수많은 전쟁을 해왔는데요,
최근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이 계속 되면서
전쟁 나는 것이 아닌가는 우려가 많습니다.
(여) 위협을 가하는 북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한국역사 고전연구소 임용한 소장과
역사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리포트]
1. 어제 북한이 외국 공관에 철수를 권고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점점 도를 넘어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재 남북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세요?
(Q. 北, 도발 위협 고조… 현재 상황은?)
북한의 태도를 기준으로 보면 정전협정 이후로 가장 노골적으로 전쟁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태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원래 대부분의 전쟁은 기습으로 시작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전쟁을 공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은데요. 이게 역의 역을 노리는 고급계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북한도 우리의 대응이 예상과 다르게 강경하게 나오다 보니 예상치 못한 수위로 전개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요,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전쟁 날까요?
(Q. 北, 전쟁 발발 가능성은?)
역사에 무수한 전쟁이 있는데요 역사를 보면 전쟁이 날거라고 모두 각오하고 있을 때 전쟁이 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전쟁이란 두가지 속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진지하고 치밀하게 고민하고 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운명이 걸린 것입니다. 그리고 승자에게도 큰 상처를 남겨주기 때문에 여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쟁을 결행하기 힘듭니다. 힘이 약하고 불리한 국가가 도박을 벌이기는 더욱 힘듭니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따져보면 전쟁은 나기 힘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은 비이성의 영역에 있고, 그래서 수도없이 발발하더라는 것이죠. 1차대전이나 2차대전 때 독일이 감히 선전포고를 할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불리하고 모험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전쟁은 났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항상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지, 난다 안난다고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절대로 날 수가 없다고 전제하는 태도가 비이성적 판단을 불러오는 첫 번 째 유인조건이 됩니다.
3. 북한은 지금 배고픔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사람을 먹는다는 괴담이 나올 정도로
어느 때보다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인데요.
북한은 왜 원조가 아닌 위협을 택했을까요?
(Q. 北, ‘원조’ 아닌 ‘위협’ 선택… 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왜 위협대신 원조를 택하지 않을까가 아니라 원조가 아닌 위협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입장에서도 전쟁은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입니다. 그런 선택을 한다는 자체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북한의 내부사정, 혹은 체제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증거입니다. 나폴레옹이 “둑을 무너트리는 것은 하나의 작은 구멍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물이었다면 하나의 구멍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입니다. 반면 북한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경직된 사회입니다. 우리에게는 별 것 아닌 듯한 작은 구멍이 북한에게는 체제 전체를 위협하는 균열일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 균열이 이미 전쟁을 각오할만큼 혹은 체제의 운명을 건 기로에 섰다고할만큼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겠지요
4.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인데요,
왜 그렇게 전쟁을 해왔을까요?
(Q.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전쟁의 유형과 이유는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다만 항상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외로 약소국이 강국을 공격하는 전쟁도 많습니다.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공격했고, 게르만족이 로마를 공격하고, 몽골족이 송나라를 침공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죠. 이게 문젭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늘 이긴다면 혹은 객관적인 전력차이로 승부가 결정된다면 전쟁은 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의외성이 모험을 하게 하는 것이죠
5.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 치르는 과정에서도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많이 드는데요,
북한 경제 사정상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Q. 자금난 겪는 북한… 충돌 가능성은?)
단기전은 가능하겠죠. 그리고 금액상으로는 우리 피해액수가 훨씬 클 것입니다. 어쩌면 북한은 초단기전을 벌이면 우리 피해가 훨씬 크고, 우리는 전쟁을 확대하지 않고 방어에 치중할 것이라는 판단을 믿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후에 대한민국이 더 큰 고통을 당하고, 북한과 적대하는 것보다 달라는 대로 주는 것이 더 손해가 적다라는 생각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만 그런 생각도 분명 해 보았을 것입니다.
6. 지금까지 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최악의 전쟁을 꼽으면 6.25가 아닐까요,
왜 일어난 건가요? 막을 수는 없었을까요?
(Q., 6·25전쟁, 막을 수 없었나?)
막을 방법이 단 한가지 있었죠.
1950년대 당시 미국, 소련, 중국은 모두 핵전쟁에 대한 공포와 미, 소 간의 충돌에 의한 3차대전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습니다. 그때도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원조와 동의없이는 전쟁을 치룰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의 군사력이 형편없이 허약하고, 38선에서 서울은 가깝고, 북한이 침공하면 남로당 세력이 봉기할 것이기 때문에 전쟁을 초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군사력이 보다 탄탄하고, 정치가와 지식인들이 국민적 화합을 조금 더 끌어낼 수 있었다면 남침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6-1. 6.25 전쟁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면?
(Q. 6·25전쟁과 현재 상황 비교하면?)
전쟁을 억제한다는 요인에서 보면 우리의 군사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주변국의 이해관계는 반반인데요
냉전체제가 끝났고, 주변국인 미국 중국 소련 일본의 관계도 밀접해 졌습니다. 다만 중국과 소련이 북한을 자기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판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너무 성장하고 일본, 중국과 직접적인 경쟁관계가 되다보니 분단상황을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이용하려는 필요 역시 이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대비하는 태도나 국론분열은 어떤 면에서는 꽤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냉전체제나 개발독재 시절의 이데올로기는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그 반동으로 요즘 우리 젊은 세대에서는 서구보다도 더 심한 개인주의와 나약함이 스며들었습니다. 지식인 사회는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하겠냐는 식의 낭만적 민족주의나 순수한 국방문제도 정치논리와 연결시킬 정도로 반독재 투쟁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습니다.
7. 북한은 김일성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정권인데요,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아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기도 했죠,
김일성은 6.25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지 않습니까?
김정은의 도발, 김일성과 연관이 있을까요?
8. 전쟁에서 무기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문명이 발전하면서 무기 역시 발전해왔죠,
어떻게 변화돼 왔나요?
(Q. 무기의 발전 과정은?)
무기의 발전에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혁신적인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압도적인 공포와 전력차이로 전쟁이 아예 발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무기를 개발한다고 했죠.
그런데 전쟁을 막지는 못하고, 항상 전쟁을 더 참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논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데, 그 최후의 제품이 핵무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실험대상이 되어 있죠. 핵이 세계를 파멸시킬 것인가? 전쟁을 영원히 억제할 것인가하고 말입니다.
8-1. 북한은 핵 공격을 선언하고
미국에선 폭격기와 전투기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만약 전쟁나면 어떤 무기가 사용될 것으로 보시나요?
(Q. 전쟁 발발 시 사용 무기는?)
독일의 전략가 몰크게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잘 세운 계획도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휴지조각이 된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전쟁은 시작되는 순간 격동과 비 이성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뿐 단정해서도 안됩니다.
9.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서울, 워싱턴을 지목해 핵무기 정밀타격을 운운할 만큼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합니다.
‘안보 불감증’에 걸린 걸까요?
(Q. 대한민국은 지금 ‘안보 불감증’?)
안보불감증이란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우리 민족이 핵을 가지면 좋은 것 아니냐, 설마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 쓰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 뿐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세상을 낭만적, 감상적으로 보는 사람은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경우 지난 번 천안함 사태 때를 보면 그 수위가 위험할 정도로 높았습니다. 그 부분은 지금도 분명 반성해야할 부분이고, 정치논리와 생존논리는 구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전쟁 전의 사회분위기는 언제나 의외로 태평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어서 너무 끔찍한 상상은 피하고 좋은 쪽으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이 안보불감증의 본질인데요, 조용하다고 해서 전 국민이 안보불감증 아닌가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저는 그런 것이 오히려 북한의 오판을 조장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0. 현재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요?
(Q. 치닫는 전쟁 위기… 국민의 역할은?)
전쟁은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전쟁을 막는 제일 중요한 힘은 우리가 강하고, 전쟁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고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입니다. 한니발이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칸네 전투에서 로마군을 전멸시킵니다. 로마 점령이 눈 앞에 있었죠. 그런데 한니발군이 로마로 육박해 오는데, 로마시민은 도망하지 않고, 노인과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는 젊은이들이 무장을 하고 성문 앞에 도열했습니다. 여기서 로마군이 성벽에 올라가서 방어하지 않고 성문 앞에 정렬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용기를 본 한니발은 로마 공략을 포기하고, 결국 이탈리아 정복에 실패합니다. 반대로 로마가 망할 때는 적군이 로마를 약탈하고 가족을 죽여도 로마 시민은 자비를 구걸하거나 용병을 고용하려고 할 뿐 싸우려고 하지 않았죠.
11. 연일 위협수위 높이는 북한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Q. 정부의 대처 방안은?)
정책적, 외교적인 부분이야 제가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만
이념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달라도 적어도 전쟁과 침공에 대해서는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리더쉽을 과시해야 합니다. 특히 비록 말이라고 해도 북한의 위협 수위가 매일 높아지는 만큼 그런 면에서 국민에게 신뢰와 확신을 줄 수 있는 자기과시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클로징]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임용한 소장과 얘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