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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마음의 상처 감싸주는 ‘곰 손 카페’
2021-09-18 19:38 세계를 가다

벽에 뚫린 구멍에서 손이 나와 커피를 서빙해줍니다.

일본에 최근 이런 카페가 등장했는데요. 단순히 이색적이다, 라고만 하기엔 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김범석 특파원이 소개합니다.

[리포트]
벽에 뚫린 네모난 구멍을 통해 주문표를 전달하는 손님들.

잠시 뒤 또 다른 구멍에서 복슬복슬한 곰 인형 손이 나타나 음료를 전달하고 빨간 장미도 건넵니다.

다정하게 손도 흔들어줍니다.

[하루나 / 손님]
"구멍으로 (곰 손이) 쑥 나와서 음료를 건네주니 놀랐습니다."

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옆 한 켠에서 영업 중인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주문을 받고 음료도 뽑아내느라 분주합니다.

곰 손의 주인공들은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다는 여성들입니다.

직장 상사의 갑질과 폭언으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여성은 곰손 장갑을 낀 뒤 자신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에자와 메구미 / 카페 직원]
"몸 상태마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회 복귀를 위해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어 (일을 하게 됐습니다.)"

손님 대면은 여전히 어렵지만 곰 장갑을 착용한 손은 거리낌 없이 커튼 밖으로 내밀며 외부와 교감할 수 있습니다.

[미사 / 손님]
"(카페 설립) 취지도 좋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일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저도 곰 손으로부터 커피를 받았는데요,

대인 기피증 등을 겪는 이들은 곰 손을 통해 손님과 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조금씩 사회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인 기피 증세가 심해져 나타나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일본인들은 115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수십 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이제 중장년이 된 히키코모리는 고독사에 내몰렸습니다.

끔찍한 범죄도 이어졌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생과 학부모 20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범인은 수십 년 동안 집 밖에 나온 적 없는 50대 남성이었습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들을 참다 못해 살해하는 비극도 벌어졌습니다.

이들 중 40% 이상은 직업을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퇴직한 뒤 은둔형으로 변했다고 답했습니다.

[히라무라 유이치로 / 곰 손 카페 사장]
"정신적으로 약하고 섬세해 다치기 쉬운데 이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은둔형 청년 문제를 정확히 살펴볼 공식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우리 청년의 3% 정도가 집밖에 나가지 않거나 편의점 정도만 외출한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오사카에서 채널A 뉴스 김범석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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