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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유학생’ 탐정과 추적해봤더니 [사건현장 360+]

2025-04-23 14:22 사회


 한 유학 중개 업체로부터 중앙아시아계 20대 남성 유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탐정. 함께 추적에 나서봤다.

비자 연장도 안하고 사라진 유학생

"맞죠? 맞는 거 같은데?"

수시간 째 탐정과 차 안에서 잠복하다 발견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한 유학 중개 업체가 1년 전 한국에 와서 어학당을 다니다 최근 연락이 안 된다며 탐정에게 찾아달라고 의뢰했던 그 유학생였습니다. 중앙아시아계 20대 남성인 이 유학생은 비자 연장도 하지 않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습니다.

우선 지인 집을 나온 유학생을 뒤쫓았습니다. 학교에 갈 시간이었지만 가방도 없이 전철역으로 이동했고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유학생이 자주가는 식당 앞에서 탐정과 함께 가봤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자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식당 앞에 멈춰섰습니다. 문이 열리더니 검정 재킷을 입은 유학생이 내렸습니다. 남성은 외국인 지인과 반갑게 인사하더니 다시 차를 타고 빠져나갔습니다.

 해당 유학생은 비자 연장 없이 한국에 체류 중였다. 학교는 가지 않았고 지인들과 만난 뒤 어디론가 향했다.
불법체류 유학생은 어디로?

유학생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유학 중개 업체 김민재 대표는 "아마도 해당 유학생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 말대로 불법체류 신분이 된 유학생은 학업을 포기하고 일하며 돈벌이에 나선 걸로 보입니다.

불법체류 유학생을 함께 쫓은 장재웅 탐정은 "도망간 유학생은 대체로 공장 등 일터에서 발견된다"며 "서울에서 도망 간 불법체류 유학생을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찾은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장 탐정이 지난 2019년 동남아시아계 유학생이 도망 갔다는 의뢰를 받았는데, 광주광역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학·유학 비자가 취업 비자보다 조건이 적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취업 비자보다 따기 쉬운 어학 비자 악용 늘어

실제 유학생들 사이에선 취업 비자가 어학·유학 비자보다 취득하기 어렵다 보니 공부하러 왔다가 몰래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유학생들 사이에선 불법체류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 소재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앙아시아계 국적 에르키나이 씨는 "처음부터 일 하려는 목적으로 유학 비자, 연수 비자를 받고 입국한 유학생들도 많다"며 "한국에서 받는 급여는 본국보다 높아서 바짝 벌고 떠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23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유학생이 22만 8천여 명인데 이 중 불법체류자는 3만 5천여 명. 전체 유학생의 15%에 달합니다.

 매년 교육부는 유학생 관리가 태만한 대학들을 지적해 다음 해 신규 비자 발급 제한 패널티를 준다.

관리 책임은 대학이지만…인력 태부족

그렇다면 왜 대학 관계자들이, 사설 탐정까지 찾게 된 걸까.

현재 대학은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신입생이 줄며 재정난 극복을 위해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면 정부 조치에 따라 비자 발급이 제한됩니다.

매년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한 대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심사'와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조사'를 진행합니다.

유학생 불법체류율을 조사해 학위 과정 유학생의 불법체류율이 8~10%이상이거나 어학연수과정 유학생의 불법체류율이 25~30% 이상이면 다음해 신규 유학생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겁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교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정을 충당하는 상황인데 1년 동안 유학생 비자 발급이 중단되면 타격이 크다"고 했습니다.



또 대학들은 불법체류 유학생을 단속하지 않으면 다른 유학생들이 동요될 것도 걱정입니다.

대학교 관계자는 "불법체류 유학생을 적발하지 않으면 열심히 공부하는 유학생들도 동요돼 불법체류를 하며 일을 하게 될 수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위과정 유학생의 불법체류율이 8~10% 이상인 대학교는 11개, 어학연수과정 유학생의 불법체류율이 25~30% 이상인 대학교는13개 였습니다.

장재웅 탐정은 "지난해 도망간 유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20~25건 들어왔다"며 "서울의 주요 대학교에서도 유학생 추적 의뢰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법체류 유학생을 줄이기 위해서 취업 연계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식 취업 기회도 연계해야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열겠다며 입국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하지만 전체 유학생 중 불법체류자가 15%에 육박한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보다 '유학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돼 일하는 이득보다 대학교에 남아 열심히 공부했을 때 얻는 장점이 크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대학에서 취업 박람회나 기업 매칭 등 여러 기회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습니다.

대학과 교육부, 법무부 등이 유기적으로 유학생을 관리할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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