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일격 당했던 이탈리아의 후회 “뼈아픈 기억”

2023-09-22 15:23   스포츠

 레전드 올스타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토티, 말디니, 안정환, 최진철(왼쪽부터) 사진출처 : 뉴시스

-레전드 올스타전 앞두고 이탈리아 스타 토티, 말디니 방한
-말디니 “안정환 골든골에 ‘커리어 끝났다’ 생각”

“우리는 한국을 상대로 마음만 먹으면 골을 넣을 수 있다. 한국을 이기는 데 한 골이면 충분하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 16강전을 이틀 앞둔 2002년 6월 16일. 이탈리아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는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양 팀의 경기는 토티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이탈리아가 전반 18분 최전방 공격수 비에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한국은 후반 43분 설기현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이어서 연장 후반 12분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2-1 승리를 결정짓는 ‘골든골’(연장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팀을 그대로 승자로 인정하는 제도)을 터뜨렸습니다.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탈리아는 한국에 일격을 당하면서 쓸쓸히 짐을 쌌습니다.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리는 ‘레전드 올스타전’을 앞두고 방한한 토티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21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한 골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뼈 아픈 기억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월드컵 16강전에서 혈전을 벌였던 한국과 이탈리아의 대표 선수들이 참가했습니다.

이탈리아는 토티와 함께 전설적 수비수인 파올로 말디니가, 한국은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과 수비수 최진철이 자리했습니다.

안정환은 “죽기 전에 다시는 세계적 스타들과 경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자리가 마련돼 설레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양 팀의 운명을 결정지은 안정환의 골든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최대 화두였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수비를 이끌었던 말디니는 아직도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말디니는 “안정환의 골이 들어간 순간 ‘내 커리어는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스포츠 세계에선 아픈 결과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결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양 팀의 경기는 9장의 경고가 쏟아질 정도로 격렬했습니다. 거친 플레이를 했던 토티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선 이천수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말디니의 머리를 발로 차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심판이 이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해 경고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말디니는 최근 이천수가 유튜브 등을 통해 미안함을 표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웃음을 보였습니다.

말디니는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면서 “경기에서는 많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천수가) 지금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넷 모두 현역에서 은퇴한 터라 장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레전드 올스타전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안정환은 “골을 넣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온다면 다시 한번 ‘반지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왕년의 세계적 축구 스타들이 참가하는 레전드 올스타전은 다음 달 21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립니다.

한국과 이탈리아 외에 ‘외계인’ 호나우지뉴를 앞세운 브라질까지 참가해 3개국이 풀리그 형식으로 맞붙을 예정입니다.

정윤철 기자trigger@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