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 스스로 아니라고 말씀하시겠지만 색깔이 짙은 것 같다. 모든 분들이 말하는 당내 계파 갈등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시겠나."
어제(15일) 오후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를 뽑는 의원총회장. 출사표를 던진 이헌승(부산진을, 4선) 의원이 주도권 토론 첫머리에 경쟁자인 송언석(경북 김천, 3선)·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3선)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이 의원은 출마 이유로 "두 분께서 너무 한 쪽으로 좀 치우쳐져 있다고 동료 의원들께서 걱정을 많이 했다"며 "중간지대 완충 역할을 해줄 쿠션이 필요하다고 해서 쿠션이 되기 위해 나왔다"고 했습니다. 송 의원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밀고, 김 의원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된다는 거죠.
송언석·김성원 의원은 출마 선언부터 '친윤 대 친한 계파 구도'란 말 자체를 부정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는데요. 함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의원부터 "(계파) 색깔이 짙다"고 공격한 겁니다.
두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당시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갈등 구도로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 당 의원님들과 지지해주는 많은 분들에게 모욕적 발언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이나 저나 특별한 계파가 없다고 생각한다"(송언석), "원내대표 나오는 모든 분들이 계파로 나온 게 아니고 모든 의원을 대표해 나온 것"(김성원)이라고 했습니다.
사진 = 어제(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송언석 의원(가운데)이 두 팔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송 신임 원내대표, 권성동 전 원내대표. (뉴스1)
"친윤계 지지" vs "의원들과 좋은 관계 영향"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은 범친윤계로 분류되는 송언석 의원이었습니다. 107명 중 106명이 투표에 참가해 송 원내내표가 60표, 이헌승 의원 16표, 김성원 의원이 30표를 얻었는데요. 결선투표 없이 결과가 확정된 겁니다. 예상보다 큰 격차로 친윤계 영남 의원이 강세인 현재 국민의힘 의원 구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당내에선 송 의원의 당선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중도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현재 옛 친윤 80명에 친한계 20명로 정리된 것"이라며 "김 의원은 친한계 표에 추가로 본인 친분이 있는 의원 10명 표를 얻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이 의원의 경우엔 같은 지역구인 부울경 쪽 동료 의원들이 밀어준 것이라고요.
한 친한계 인사는 "과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출마 촉구 회견을 하려다 취소했던 의원들이 60여 명이라고 했는데 그 숫자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며 "과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숫자도 60여 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어제 김 의원 표 30표는 김 의원 표가 아니라 한동훈 표"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옛 친윤이 송 의원을 밀어줬다기보다 송 의원이 의원들과 관계가 좋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는데요. 옛 친윤(친윤석열)계 등 구(舊)주류와 가깝지만 계파색이 옅고,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경제 재정통'이라는 점, 당 관계자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점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원내지도부 인선이 첫 가늠대
송 원내대표는 어제 경선 때 당 쇄신안 방안으로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도로친윤당'이라는 일각의 시선에는 적극 반박합니다. 그는 스스로 '친윤'이 아니라며 오늘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한다"가 강조했는데요. 수도권 민심 회복도 혁신의 핵심 과제로 꺼내들었습니다. 송 원내대표가 원내 지도부에 어떤 인물을 인선할지가 화합과 혁신의 첫 가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