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특활비 증액했는데…與 의원에 지지층 문자폭탄 쏟아졌다 [런치정치]

2025-07-07 12:14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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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 진통 끝에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재명 정부의 첫 추경안에서 막판에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입니다. 야당 시절인 지난해 11월 "불필요한 쌈짓돈"이라며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를, 여당이 되자 바로 부활시킨 겁니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대통령실 특활비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 중 갑자기 등장했죠. 총대를 멘 건 3선의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었습니다.

지난 1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특활비 문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공개 언급했고, 예산소위 심사 보고서에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남은 거죠.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출처 : 뉴스1)
"檢 특활비 증액, 너냐?" 100여 통 문자

결론적으로 대통령실의 가려운 곳을 조 의원이 긁어줌으로써, 특활비 증액이 된 셈인데요. 국민의힘에선 "내로남불" "후안무치"라는 비판이 쏟아졌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난의 화살도 조 의원에게 향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조 의원이 공격받은 까닭은 뭘까요?

이유는 바로 대통령실 특활비와 함께 증액된 검찰 특활비에 있었습니다.

시작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대통령실 특활비와 함께 증액된 41억 원의 검찰 특활비를 두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액수 특정 없이 증액을 요구했다"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부터였죠. 이후 여권 지지층 강성 커뮤니티에 '좌표'가 찍히면서 조 의원에게 "검찰 특활비 증액했냐" "진짜 너냐"는 등의 문자가, 욕설과 함께 섞여 100여 통 넘게 쏟아졌다고 합니다. 조 의원 SNS에도 "다음 총선 때 공천 아웃" 같은 공격 댓글이 줄을 이었는데요. 지금은 신 의원 SNS에 해당 문구가 삭제된 상태입니다.

"대통령 일하게 특활비 요구했을 뿐"

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후사정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미 국민의힘에서 여러 의원들이 검찰과 감사원에 대한 서면 증액 요청이 전제된 상황에서, 2개 기관도 증액하는 마당에 대통령실도 검토해보니 특활비가 필요하더라, 그래서 이걸 고려해달라 이런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요. 대통령실 특활비 얘기를 먼저 꺼냈을 뿐인데, 검찰 특활비를 살린 사람이 돼버려 억울하다고도 했습니다.

조 의원, 지지자들한테 받았던 오해는 풀었다고 합니다. 일일이 답변 문자를 돌렸다고 하는데요.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특활비 증액을 요구했다가 국민의힘한테 그렇게 비난을 받았는데, 이제는 지지자들한테까지 비난을 받아야 되냐"고 되물었다는 겁니다. 조 의원의 문자에 성난 지지층도 이제는 좀 누그러졌다고 합니다.

결국 민주당은 격론 끝에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지급한다'는 부대의견을 넣어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출처 : 뉴스1)
지지층은 달랬지만 야당은 여전히 일방적 추경에 대한 비판,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떳떳했다면 정부의 추경 예산안에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을 반영하고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서 직접 국민들께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죠.

불과 8개월 전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를 집권하자마자 슬그머니 부활시킨 민주당, '내로남불' 비판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대통령실·검찰·감사원·경찰 4개 기관에 대한 특활비가 부활한 만큼, 정말 책임있게 쓰고 투명하게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이준성 기자jsl@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