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어서 관세 0%였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하겠다”면서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날짜를 딱 못 박았었죠. 관세 25%는 어마어마한 숫자라서, 8월 1일 전에 협상을 마치려고 막 미국에 몰려갔죠. 결국은 타결이 됐는데, 협상이 잘 된 걸까요? 이걸 일본 협상 결과와 한번 비교해 보려 하는데요.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입장이 비슷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도 비슷하고, 줄 수 있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세금 내!” “미국에 투자해!” “미국 자동차 사!” “미국 쌀도 사고!” “알래스카에 투자도 해!” 이걸 우리한테도 요구하고, 일본한테도 요구했습니다. 똑같은 요구를 받았는데, 어느 한쪽이 요구를 많이 들어주면 손해죠. 요구를 적게 들어주고 많이 얻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비교해서 따져보겠습니다.
이 모든 게 상대적인 거거든요. 미국의 관세 요구 기준이 뭐냐 하면, 미국 입장에서 적자가 많은 나라를 상대로 한 겁니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돈을 많이 버는 나라인 거죠.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왜 너희는 우리나라 와서 돈 많이 벌어 가느냐”며 문제 삼는 거예요. 정상적인 무역을 하고 있는 건데도. 결과적으로 흑자를 본 국가 중에는 ‘관세 15%’가 가장 낮습니다. 15%보다 낮게 협상한 곳은 아직 없어요. 한국도 15%, 일본도 15%로 비슷하게 얻어낸 거죠.
왜 이게 중요하냐면, 정말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 다 여기에 걸려 있거든요. 과연 우리는 잘 지켜낸 걸까요? 많이 얻어낸 걸까요?
▶ “한국과 미국에 상호 관세 25%” 트럼프 으름장, 속내는?
우리가 미국과 협상을 왜 한 겁니까? 트럼프가 관세 25%를 요구하니까 낮추려고 협상을 했죠. 관세라는 건, 한국산 물품을 미국에 팔고 미국산 물품을 한국에 팔 때 내는 세금인데요. 한국과 미국 간에는 관세가 0%였습니다. 왜냐하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한미 간에는 마치 같은 나라인 것처럼 관세 없이 물건 서로 팔자는 협정을 했던 건데요. 사실은 트럼프가 전 세계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건, 역사적인 흐름을 바꿔 놓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전체적인 흐름은, 다 함께 한 지붕처럼 살자는 FTA ‘자유무역’이 대세였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걸 ‘보호무역’으로 바꾸는 조치를 하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는데, 이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혼자 내는 건 아닙니다. 그런 협상은 없죠. 서로 내자는 건데, 우리가 손해입니다. 왜? 우리가 미국에 물건을 더 많이 파는 흑자국이니까요. 그러니 우리 부담이 더 커지는 겁니다. 즉, 트럼프는 이 상호 관세로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거죠.
그래서 트럼프가 요구한 게 상호 관세, 그다음에 자동차 관세입니다.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우리는 관세가 없었는데 이걸 25%나 내라고 요구했고, 철강‧알루미늄 등은 50%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같은 경우에는 아직 관세율이 안 나왔습니다. 이 부분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지금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국도 미국도 ‘상호 관세‧자동차 관세’ 10%p↓
트럼프는 우리에게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 25% 등을 요구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이 수치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낮추는 게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은 우리의 경쟁자입니다. 우리 한국의 현대차‧기아차 등 수출국 중 미국이 거의 50%를 차지합니다. 일본 혼다‧토요타 자동차는 일본 전체 대미 수출의 30% 가까이 차지합니다. 미국에 가장 많이 차를 파는 두 국가죠.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가 올라간다는 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는 겁니다. 자동차의 원래 가격에 관세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소비자가격이 매겨지니, 관세가 오르면 소비자가격도 올라가고, 그러면 소비자가 안 사겠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니까요.
결국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도 일본도 똑같이 상호 관세가 15%로 결정이 났습니다. 자동차 관세도 15%,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50%로 결정됐습니다. 당초 트럼프가 요구했던 것보다 10%p나 줄였다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돈이 더 나가는 겁니다.
일본은 작년에 미국에 405억 달러어치 차를 팔았습니다. 한국은 683억 달러어치, 더 많이 팔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그전에 대미 수출 자동차 관세가 2.5%였어요. 그러면, 관세 10억 달러 내던 게, 만약에 관세 25%로 그대로 갔으면 100억 달러로 10배가 늘어나게 됐던 겁니다. 하지만, 15%가 되면서 관세로 60억 달러를 내게 됐습니다. 반면, 우리는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원래 관세가 없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요구했던 관세 25%로 갔다면 170억 달러를 낼 뻔했는데, 15%로 결정되면서 관세 102억 달러를 내게 된 겁니다.
▶ 똑같은 자동차 관세 15%, 일본이 협상 더 잘한 이유?
그러면 한국과 일본 중 누가 협상을 잘한 걸까요? 자동차 관세 부문에 있어서는 일본이 잘한 거죠. 왜냐? 일본은 원래 2.5% 관세가 있었고, 한국은 0%였으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한미 FTA 때문에 관세가 없었고, 일본은 2.5% 관세 핸디캡을 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에 차를 팔아왔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똑같이 미국에 관세 15%를 내게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15%p가 고스란히 오른 거고, 일본 입장에서는 12.5%만 오른 거니 이 건에 대해서는 협상을 일본이 더 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우리도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주장했는데, 트럼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관료들은 ‘일본과 형평성 안 맞다’고 생각했지만, 트럼프는 무조건 15%를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일본 입장에서는 현재 엔저 상황이라 수출에 더 유리하다면서 꽤 잘한 협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외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똑같이 50%인데요. 그 외에 반도체나 의약품 등 중요한 품목에 대한 관세 협상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 여기에 대해서는 미국이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손해 보지는 않게 하겠다”며 한국과 일본에 최혜국 특혜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한국과 일본이 똑같이 얻어낸 거죠.
▶ 관세 인하 대신 투자금… 한국 vs 일본, 누가 선방?
관세를 낮추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무엇을 줬을까요?
트럼프는 두 나라가 가져온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보고, 관세를 낮춰주겠다고 한 거죠.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 중 누가 미국에 더 많은 돈을 줬을까. 트럼프는 일본은 55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하니, 겉으로 보면 일본이 더 많습니다. 5500억 달러면 우리 돈 780조 원, 3500억 달러는 우리 돈 486조 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이 680조 원이니 얼마나 큰 돈인지 가늠이 되시죠? 한국도 일본도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액을 미국에 약속했으니 트럼프 어깨가 으쓱해 할 만한데요.
일본이 투자 규모 액수가 더 크니 우리가 선방한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갈립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양국 경제 규모로 보면, 일본 GDP가 4조 달러, 한국 GDP가 1.9조 달러로 거의 2배 차이가 나죠. 경제 규모로 비교하면 우리가 좀 많이 냈다, 너무 많이 퍼줬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왜 이렇게 관세를 내라는 거죠? 대미 흑자가 너무 크다는 건데요. 대미 수출 흑자 규모로 보면, 한국과 일본이 비슷합니다. 미국에서 벌어가는 돈은 양국이 비슷한데, 지금 미국에 주기로 한 돈은 일본이 훨씬 액수가 크니까 우리가 협상을 잘한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GDP로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협상을 못 한 거고, 흑자 규모로 비교해 보면 협상 잘한 거라고 평가가 엇갈리게 나오고 있는 거죠.
▶2000억 달러? 4500억 달러? ‘대미 투자액’ 뭐가 맞나
이것도 한번 따져보죠.
이번 관세 협상에서 약속한 대미 투자금 액수에 대해, 우리 대통령실은 “2000억 달러”라고 하고, 트럼프는 “3500억 달러”로 발표했죠. 국민의힘은 “4500억 달러를 주기로 했다”면서 비판을 합니다. 왜 액수가 이렇게 다를까요?
대통령실에서 말하는 “2000억 달러 투자”는 뭐냐 하면, 미국에 대한 2000억 달러 규모 투자 기금을 만들기로 했다는 겁니다. 일본도 똑같은 투자 지금을 5500억 달러 규모로 만들기로 미국과 약속했습니다. 그러면 트럼프는 왜 3500억 달러를 우리가 주기로 했다는 걸까요? 이 중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투자’인데요. 이건 일본 협상엔 없고, 우리에게만 있는 부분입니다. 대통령실은 “이 조선업 투자 부분은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는 조선 투자를 더 늘리려고 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조선업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거기 때문에, 이건 미국에 돈을 퍼주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라는 거죠.
그러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4500억 달러”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대미 투자 기금 2000억 달러, 조선업 투자 1500억 달러에, LNG와 에너지 제품을 1000억 달러 구매하기로 한 부분을 합친 겁니다. 대통령실 “LNG‧에너지 제품 구매는 원래 하던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여기 석탄과 원유까지 들어가거든요. 원래 사려던 것보다 조금 늘긴 했지만, 우리는 에너지 100% 수입이죠. 중동에서 사 올 걸 미국에서 조금 더 사 오는 선이라서 돈이 더 나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미국한테 줄 돈인 건 맞습니다.
▶트럼프 “한‧일 투자 수익 90%는 우리 거”… 왜?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대미 투자액에 대해 처음 보는 투자 방식을 제시해서 한국과 일본 양국이 시끄럽습니다.
트럼프는 일본과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일본은 5500억 달러를 선불로 줬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90%는 우리(미국)가 받고, 일본은 10%를 받는다. 일본은 관세 인하를 돈 주고 구매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한국 관세 협상에 대해 설명할 때도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그건 미국이 소유‧통제하며, 내가 대통령으로서 직접 투자처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한 건 한국 돈인데 “수익 90%를 미국이 가져가고, 10%를 한국이 가져간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우리 삼성전자‧현대차‧현대‧한화‧SK 등 기업에서 미국에 투자를 합니다. 대표적인 투자가 공장 짓는 거죠.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 짓겠다는 건 누가 결정해요? 기업이 결정하죠. 기업 돈으로 공장을 짓는 거니까요.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우리 기업이 돈을 버는 게 보통의 투자 방식입니다. 그러면, 미국에는 어떤 게 이득으로 돌아갈까요? 일단 공장에 현지인들을 고용하니 일자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공장을 짓고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세금을 걷어갑니다. 우리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받는 것도 똑같습니다. 일자리 늘고, 세금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미국에 3500억 달러 투자 약속한 한국에게도, 5500억 달러 약속한 일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설명에 따르면, 이런 식이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항생제를 만들자고 하면, 일본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우리는 그 돈을 프로젝트 운영할 사업자에게 줄 것이다. 거기서 나온 이익 90%는 미국의 납세자가 갖고, 10%는 일본이 가질 것이다”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자금’은 누구 돈이에요? 일본 돈이에요. 일본이 5500억 달러를 내요.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누가 결정할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투자 프로젝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하고, 그 프로젝트 운영 결정권도 미국이 갖는다는 건데요.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90%는 미국이 갖고, 일본은 10%만 가져가는 방식으로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이 투자금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돈을 냈는데, 투자처는 트럼프가 결정을 하고, 그 수익 90%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게 맞다면, 한국과 일본은 왜 이런 합의를 한 걸까요?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 논란에 대해 “실제로 단순하게 이 개념이라면, 이게 문명국가에서 가능하겠나?”라고 얘기를 합니다. 아직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될지를 모르는 상황인 거죠.
▶ “美가 투자 수익 90% 갖는다” 논란, 한국‧일본 입장은?
먼저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대미 투자와 ‘수익 배분’ 논란에 대해 이렇게 봅니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5500억 달러는 국제 협력 은행(JBIC) 등 일본의 정부계 금융기관에 의한 출자나 융자, 융자 보증의 상한액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기업, 혹은 미국과의 합작 회사에 대한 출자, 융자를 통해 투자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이 수익 90%를 갖는다'는 조건도 “미국 내 재투자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고 있어요.
한국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우리 투자 2000억 달러에는 직접 투자와 대출, 보증이 있다. 비중으로 보면 보증이 제일 많은 금액을 차지하고, 그다음은 대출이다. 직접 투자는 매우 낮을 것”이라면서, “미국 수익 90%는, 저희가 해석하기론 재투자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 투자금 5500억 달러, 2000억 달러나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그냥 주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액수가 상한액인데, 세 가지 형태가 있다는 겁니다. ‘직접 투자’는 진짜 현금 뿌리는 거예요. 공장 짓는다면, 현장에 공장 지을 돈 투자하는 거잖아요. 그런 ‘직접 투자’가 있고, 또 하나는 돈을 빌려주는 ‘대출’, 그리고 이 사업이 망하더라도 우리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보증’ 형태가 섞여 있다는 거죠. 대출과 보증은 직접 우리 돈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우리 돈이 들어갈 수 있는 위험성은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이 수익 90%를 가져간다’는 건, 우리가 투자해서 수익을 얻어요. 보통 투자는 이 수익을 그냥 한국이나 일본으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번 돈을 그냥 빼서 가져가지 않고 미국 내에 재투자하라는 개념으로 알고 있다는 거예요. 김용범 정책실장 말로는 이런 재투자는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제일 큰 시장인 미국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하는 게 돈을 잃어버리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10%는 우리가 가져가고 90%는 거기서 계속 투자할 걸 찾는 시드머니(종잣돈)로 삼자는 개념으로 우리나 일본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건데요. 이건 우리와 일본이 좋게 해석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왜냐?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진짜 자신이 말한 대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미국은 분명히 의도가 있을 겁니다.
미국이 무리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관세를 어마어마하게 때렸다가 그걸 좀 낮춰줬는데요. ‘낮춰주는 대가로 뭘 받을 것인가?’ 미국도 고민을 많이 했겠죠. 그러다가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액수만 정한 투자를 요구한 겁니다. 우리가 방위비까지 끼워 넣어서 안보 패키지 등 다양한 카드를 들고 갔지만, 미국이 요구한 건 2000억 달러 혹은 3500억 달러 투자 조건. 이걸 왜 이렇게 요구를 했을지, 이걸 어디에다가 쓰려고 그러는지는 아직까지는 정확하게 모르는 거예요. 일단 우리는 협상 타결을 먼저 한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 EU의 7500억 달러 투자 선례를 따져서 이렇게 합의를 본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이제부터 봐야 합니다. 이번에 협상하기 전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일본에 갔죠. 일본이 먼저 협상 타결을 했으니까 가서 투자금 조건에 대해 물어본 거예요. 관세 깎는 건 경쟁이지만 투자금 부분에서는 어떻게 보면 동병상련이잖아요. 아마 앞으로의 대미 협상에서 양국이 협력을 할 소지도 있어 보입니다.
▶ 미국 “쌀‧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 협상 결과는?
또 하나, 미국의 중요한 요구 조건이 있었죠. 바로 농산물입니다.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에 요구한 건, 쌀 시장을 개방해서 미국산 쌀을 사라는 건데요.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우리나라도 미국에 농수산물을 많이 개방을 했는데, 개방을 안 한 대표적인 품목이 쌀입니다. 소고기 시장 개방도 요구했는데요. 일본은 진즉에 개방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는 못 들어오게 하고 있죠.
한국도 일본도 쌀이 주식이다 보니, 매우 민감합니다. 쌀 시장 개방은 안보 주권과도 관련이 있는 거예요. 미국에만 의존하다가 미국이 쌀 안 팔면 우리 뭐 먹고 삽니까? 가격 경쟁력만 따지면 우리가 미국산 쌀을 이길 수가 없으니까, 국내 쌀 시장을 지켜내야 하는 건데요.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에 대한 협상은 일본보다 한국이 협상을 잘했습니다.
일본도 쌀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은 전체의 10%인 77만 톤의 쌀만 수입하고, 나머지는 다 일본산을 씁니다. 이 수입해 오는 쌀의 총량은 건드리지 않고, 대신 전체 수입량의 45%였던 미국산 쌀 비중을 75%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수입하는 쌀 중 미국산을 더 많이 사겠다는 거고,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적게 사 오겠죠. 그러니 일본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손해를 보는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 쌀을 30%나 더 사준다’가 되는 거고요. 일본은 또 미국산 옥수수‧대두 등을 80억 달러 더 구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쌀‧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를 두고 참 예민했습니다. 이제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넘은 것도 사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결론은 “쌀과 소고기를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대신 검역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그동안 많이 못 팔던 미국산 사과 등을 더 들여올 수 있도록, 검역 조건을 완화하는 안으로 갔습니다.
▶ 트럼프 “일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에 한국과 일본을 참여시키는 조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었죠. 일본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일본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일본 측 발표에는 그 내용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앞서 살펴본 ‘LNG 등 1000억 달러 구매’만 있고, 알래스카 투자 얘기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이렇게 모호하게 가거나, 빠진 것 같은데요.
대신 일본 협상 결과를 보면, 이런 것도 있습니다. 미국산 항공기 100대와 미국산 무기 추가 구입. 일본은 “원래 미국에서 사 오려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와의 협상 내용엔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 한국 vs 일본 ‘관세 협상’, 누가 더 잘했나?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를 해보죠.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협상을 잘한 걸까요?
“미국에 세금 내!”라는 트럼프의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 부분은 한국과 일본 모두 ‘25%→15%’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 부분을 보면 결과적으로 일본이 협상을 조금 더 잘했다고 봐야죠. 왜? 우리는 자동차 관세 0%에서 15%로 간 거고, 일본은 2.5%에서 15%로 간 거니까요. 우리가 더 많이 내게 된 거니 일본이 좀 협상을 잘했습니다.
대미 투자 측면에서는, 액수만 보면 ‘일본 5500억 달러 vs 한국 3500억 달러’로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많죠. 대통령실이나 민주당에서는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만 콕 집어서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거는 우리나라한테 득이 된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의 대미 투자 규모는 2000억 달러고, 이 정도면 잘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 야당은 “3500억 달러가 아니라, LNG까지 사줘야 되니까 총 4500억 달러다. 미국에 너무 많이 퍼줬다. 협상 잘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다음에 일본은 미국에 쌀 시장 개방 안 했고, 미국산 쌀 수입하는 양을 좀 늘리고 옥수수‧콩 같은 다른 농산물 사주기로 했죠. 추가로 미국산 항공기‧무기 사주기로 했고요. 우리는 쌀‧소고기 추가 개방 안 하고, 미국산 사과‧배 등 검역 기준을 완화하는 정도입니다. 국내 사과 농가들은 상당히 반발을 하던데, 한국도 일본도 이 정도면 엄청난 큰 타격은 없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자동차 관세 부분과 앞서 살펴본 대미 투자 부분에 있어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더 힘들어지겠죠. 관세 내느라 돈이 더 많이 드는데, 자동차 가격 경쟁력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최대한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대미 투자라는 것이 다 정부 돈으로만 할 수는 없으니, 결국 기업들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좀 이상한 구조의 투자를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죠. 우리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커진 거는 맞는데, 또 상대적인 경쟁이니까요. 일본과의 경쟁에 있어서는 한번 해볼 만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관세 협상 타결이 끝이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 이제 곧 미국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할 텐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 한국이 투자액을 더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를 한 상황이라서, 유심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 아시는 분은 유튜브 영상 밑에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다섯 분 추첨해서 선물 드리겠습니다. 복잡한데 궁금한 이슈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