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꿀벌이 집단 실종돼 농가가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 겨울 또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충남 논산시의 한 양봉장입니다.
원래 벌이 가득한 벌통으로 꽉 차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빈 벌통만 쌓여 있는데요.
어떤 사정인지, 현장에서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34년째 양봉업을 하는 강성희 씨.
요즘 들어 벌통 열어보기가 두렵습니다.
[강성희 / 양봉업자]
"제가 한 달 전에 내부검사했을 때는 이렇게 (벌집) 다섯 장이 있었어요. 지금 보니까 이렇게 휑하네요. 그동안 많이 사라진 것인지, 죽은 것인지."
이런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의 양봉장 벌통 주변에도 꿀벌 사체가 널려있습니다.
[정태구 / 양봉업자]
"여기서 한 250통 정도를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한 절반 가까이가 이맘 때 죽었어요. (지금) 한 10통 정도 남았나. 이렇게 싹 죽는 건 여태껏 겪어본 적이 없어요."
지난 봄 전국에서 사라지거나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꿀벌은 약 78억 마리.
겨울을 앞두고 꿀벌 실종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농촌진흥청 양봉협회가 합동으로 원인 조사를 한 결과,
꿀벌응애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꿀벌응애는 진드기류 기생충으로, 꿀벌 성충과 애벌레에 바이러스를 옮겨 생육을 방해합니다.
[김동원 /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응애 같은 경우 월동하기 전 거의 나오지 않는 정도의 밀도 수준을 보여야 하는데 (최근) 높은 수준의 밀도를 보였기 때문에 응애가 큰 원인으로 저희가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돌연변이입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약품에 내성이 생긴 꿀벌응애 돌연변이가 확산하는 겁니다.
[김동원 /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약제 저항성 발현으로 약제의 효율이 떨어지는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2년 연속 같은 약품 지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양봉업자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정태구 / 양봉업자]
"친환경 쪽으로, 약을 내성 안 생기는 쪽으로 해서 (방제)하고 있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이렇게 되니까 뭐 깜깜한 거죠."
꿀벌 실종은 하우스 농가에 직격탄이 됐습니다.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작업을 해야 하는데, 꿀벌을 구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하우스 농가가 양봉업자에게 빌려오는 벌통 임대료도 치솟고 있습니다.
[김제수 / 딸기 하우스 재배 농민]
"작년만 해도 (재배기간 임대료가) 15만 원, 그런데 올해 20만 원대로 올라간 거야. 기존 (양봉)업자한테 벌을 다 구했는데 벌이 없어서 다른 업자에게 가고, 또 가고. 지금 벌이 없어서."
양봉업자들은 내년을 더 걱정합니다.
[윤화현 / 한국양봉협회장]
"(벌통마다) 1만 마리가 뭉쳐 있어야 추위를 이겨나가고, 겨울을 나거든요. 그런데 5천 마리 정도 되는 벌들은 겨울을 못 이겨요. 추워서 죽고 얼어 죽어요. 내년 봄에는 더 심각하다…."
과수 재배 농가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꿀벌 실종 사태.
효과적인 방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윤순용 장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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